브라이스 밀러는 캔자스에서 산업엔지니어로 일했다.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은퇴한 지금보다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할 당시 스트레스가 덜했다. 밀러는 요즘 10명의 의사로부터 치료를 받고 있다. 스케줄을 조정하고 질환의 상황을 체크하는 일이 보통 스트레스가 쌓이는 게 아니다. 전립선암, 당뇨, 신장질환 전문의에 더해 정신치료사까지 찾아가야 한다. 밀러는 이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다룰 의사가 있었으면 한다. 밀러의 질병 원인을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다. 나쁜 유전자 때문인지, 좋지 않은 식습관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이상한 운명을 타고났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밀러는 최근 다른 영역에서 자신의 질환의 뿌리를 찾으려 하고 있다.
운동·금연·금주·약복용 거부하는 태도로 건강 해쳐
만성질환 앓으면서 우울증 싹터 병 더 악화시켜
타입2당뇨 발병 확률 정상인보다 37%-100% 높아
폐경여성 심리상태 우울하면 심장병 각별히 조심
“쉬쉬”하다 병 키워…상황 인식·전문의 조언 필수
의학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환자의 정신 상태가 질병의 정도를 종종 악화시킨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경우, 우울해지면서 건강상태를 더 나쁘게 한다는 것이다. 당뇨, 암, 뇌졸중 등 치명적 질환과의 인과관계에 있다는 학설도 많다. 이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다. 병을 앓게 되면서 우울한 심리상태를 겪게 되고 이러한 상태가 병을 악화시키기도 하지만, 반대로 우울증세가 이들 질환을 촉발하기도 한다. 쌍방향 관계가 성립된다. 단단한 고리처럼 얽혀있다.
지난달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우울한 심리상태의 성인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타입2 당뇨에 걸릴 확률이 37%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이 비율이 2배에 달했다. 또 우울증세를 경험한 폐경여성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로움에 괴로워하는 노인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혈압이 30%나 높아졌다.
아직 원인이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우울증세를 보인 사람들이 췌장암에 걸리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 것으로 연구됐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확률도 높았다. 살아가면서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미국 남성이 10% 여성이 25% 정도로 확인된다. 그리고 우울증은 심장질환에 이어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정작 이에 대한 대비는 소홀한 게 현실이다.
도대체 우울한 심리상태가 왜 이처럼 건강을 해치는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을까? 이들은 운동을 하지 않는다. 필요한 약도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다. 체중을 줄이려고도 하지 않고 담배를 끊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
우울해지면 몸의 신진대사에 변화가 온다. 스트레스 레벨이 올라가면서 부신피질호르몬인 코티졸이 생성된다. 이는 혈당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결국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면서 당뇨로 발전한다.
상처가 생기면 피가 나오고 몸은 이를 막기 위해 피를 응고시키는 반응을 보인다. 혈소판의 역할이다. 그런데 우울증 환자들은 이 혈소판의 활동이 왕성하다.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 때문이다. 평상시 혈소판의 과민 반응은 혈관을 흐르는 피를 굳게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그래서 심장병을 부른다.
우울증으로 인한 스트레스 레벨 상승은 심장 근육을 경색시킨다. 다시 말해 심근경색이다. 혈액과 산소의 흐름을 몸의 상태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하는 기능이 약화된다.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을 30%나 높인다는 연구가 있다. 물론 우울증 환자가 반드시 심장병 환자로 둔갑한다는 속단은 섣부르다는 지적도 있다. 흡연이나 높은 콜레스테롤처럼 심장질환에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울증 환자들이 건강에 나쁜 생활 습관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흡연자는 담배를 끊지 않고, 의사가 권하는 약을 먹지도 않는다. 오히려 술을 더 많이 마시거나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등 건강을 해치는 행동만을 모아서 하는 양상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다. 은밀히 찾아와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우울증이다. 이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이 치료와 부작용 제거의 관건이다. 만일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재발을 막기 위해 콜레스테롤 레벨, 혈압, 식이요법에 주로 치중한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더 첨가할 게 있다.
우울한 심리상태인지 아닌지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스스로 우울증 환자임을 인정하고 싶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정확한 자가진단과 전문의의 조언을 통해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상황을 피하기 위함이다.
<뉴욕타임스 특x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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