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회장 선거가 끝났다. 남의 동네 선거였지만 이번에는 OC 한인들도 호기심으로 끝까지 지켜보았다. LA 선거에 OC 한인들의 관심이 그리 높았던 경우는 아마 이번이 처음일 것 같다.
지난 2개월간 4명의 후보들이 격돌, 치열한 홍보전을 펼쳤던 데다 그 중 한 명이 OC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인지라, 많은 OC 한인들이 한 동네에서 함께 비즈니스를 시작했던 후보를 위해 LA 지인들에게 유권자 등록을 권유하는 등 원격 지원을 했다.
한 OC 한인은 마치 대처로 떠난 아들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시골 부모의 심정으로(이 표현에 너무 민감하지 않기 바란다), 투표권도 없으면서 가까운 세리토스 투표소를 찾아 줄지어선 유권자들이 지루해 돌아가지 않도록 물과 떡을 사다주며 유권자들의 기권을 막았다.
OC 한인들의 부러움을 산 점도 많았다. 선거 후 선거관리위원회가 많은 질책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수준이 한수 위로 보였기 때문이다.
OC에서 바라다보는 LA 선거전이니 피상적 관찰일 수 있겠으나, 치열한 선거전에도 불구하고 일간지 광고에는 눈살 찌푸리게 하는 상대 비방이 없었다.
‘이 후보가 언제부터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나’ 웃음이 나오게 하는 광고 등은 있었지만, 그거야 애교로 봐줄 수 있었다.
2차례에 걸친 공청회도 다소의 소란과 유치한 질문에 웃기는 답변 등이 있었으나 그런 대로 재미도 있었고 후보들의 인품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 광범위한 유권자들을 흡수할 수 있도록 외곽지역 등 8개 장소에 투표소가 설치되었으며 인터넷 유권자 등록이 실시됐다.
선거 막바지에 상대후보 사퇴로 안영대씨가 무투표 당선되었던 18대 OC 한인회장 선거 당시 (현 19대는 안영래씨 단독 입후보였음), 관계자들은 투표소 문제로 연일 티격태격 했었다.
한 쪽에서는 가든그로브에만 투표소 설치를 주장했고 상대방에서는 가든그로브 보다 한인 인구가 더 많은 풀러튼과 어바인에도 설치하기를 주장했다.
이중투표 방지 등 난제를 이유로 결국 투표소는 가든그로브 한 곳으로 결정되었으며, 일반인들이 후보를 직접 평가할 수 있는 공청회는 없이 비방들만 주고받는 가운데 생긴 앙금들은 지금까지 원형 보존되어 있다.
4명이 경선을 벌인 이번 LA 선거에서는 후보가 많은 만큼 문제도 많았으나 대형 교회들도 모처럼 커뮤니티 일에 관심 갖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등 시끌벅적한 가운데 한인 커뮤니티가 한바탕 축제를 치르는 듯 설레는 분위기도 있었다.
LA 한인회장 선거가 OC에서도 화제가 되다보니 단독 입후보로 조용히 당선된 자기 동네 한인회장 이름을 몰라도 남의 동네 차기 한인회장 이름은 모두들 알게 된 것 같다.
봉사하겠다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선택의 기쁨을 주고, 각 지역 한인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선거. 차기 OC 한인회장 선거가 그렇게 치러진다면 OC 한인사회에도 오랜만에 선거 엔돌핀이 확 돌지 않을까.
김현숙 OC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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