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의 술 한 잔은 남학생이 두 잔 마신 꼴, 빨리 취해
장기간 중독 땐 고혈압·뇌졸중·유방암·자살 등 유발 가능성
2004년 10대 소녀 150만명 음주 시작, 소년은 130만명
로렌 케네디는 9살 때 아버지가 마시던 위스키를 살짝 맛보았다. 12살이 되어서는 친구들과 뎃길라, 레몬즙 등의 칵테일인 마가리타를 마시기 시작했다. 2년 뒤 로렌은 친구 집에서 폭음 끝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지금 21살인 로렌은 “취하는 기분을 즐긴다”고 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스토리는 계속됐다. 로렌은 술을 마시면 모든 근심걱정을 떨쳐버릴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러나 가족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성적이 우수하던 로렌은 더 이상 학교생활에 관심이 없게 됐다. 고교 10학년 때 처음으로 ‘D’를 받았다. 그리고 1년 뒤엔 중퇴하고 말았다. 마리화나에 이어 각성제인 메탐페타민에도 손을 댔다.
9학년 여학생 66.2%가 적어도 한차례 술 마신 경험
대학 진학 후 ‘친교의 윤활유’ 인식으로 음주문화 번져
‘달콤한 술’로 유혹하는 업계의 표적 마케팅도 문제
“술을 마시면 언제나 마약을 했다”는 로렌은 자신이 이들에 중독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고 했다. 로렌은 19살 때 술과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베티 포드 센터에 입소해 한 달 여 동안 치료를 받았다. 그 후 2년간 로렌은 제 정신으로 살 수 있었다.
술에 손을 댄 젊은 여성이 모두 알콜이나 마약 중독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술은 남성보다 여성에 훨씬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녀가 술을 한 잔 마시면 소년이 술을 두 잔 마신 것과 같다. 그러므로 여성이 남성의 주량을 따라잡으려 한다면 그 폐해가 배가된다.
이처럼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데도 많은 소녀들이 술을 경험하는 데 문제가 있다. 이들은 위험에 스스로를 노출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남자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실 때 양을 맞추려 하다간 금방 취하게 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0세가 넘어 성인이 되더라도 여성이 술을 많이 마시면 간질환이나 종양과 같은 내장 질환을 앓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칼로리를 음식이 아니라 대부분 알콜을 통해 섭취하므로 영양실조에 걸릴 수 있다. 게다가 무절제한 성관계에 빠지고 학교생활을 내팽개치게 된다. 하루에 한잔씩 술을 마시는 여성의 경우 음주로 인한 부상은 물론이고 고혈압, 뇌졸중, 유방암, 자살 등의 위험을 겪게 된다.
국립마약통제정책실이 2006년 2월 발표한 ‘소녀와 마약’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에 10대 소녀 150만 명이 음주를 시작했다. 10대 소년은 130만 명보다 많았다. 연방청소년질병조사센터에 의하면 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9학년 여학생의 경우 66.2%가 적어도 한차례 술을 마신 경험이 있다. 38.5%는 설문조사 한 달 전 술을 마셨고, 이 기간 동안 다섯 차례 이상 음주했다고 말했다.
노스 다코다 대학팀의 연구에 따르면 21-30세의 여성 가운데 조사시점을 기준으로 1년 전까지 술에 취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1981년 48%에서 2001년에는 63%로 증가했다. 취하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 여성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애쉴리 스탠리(27)는 고교 때 축구선수였다.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면서 무릎부상을 당해 골키퍼에 만족해야 했다. 애쉴리는 울적한 마음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마리화나, 코케인에도 빠졌다. 애쉴리는 이 사실을 아버지에게 털어놓았고 두 차례에 걸친 재활센터 입소 끝에 ‘새 사람’이 됐다. 애쉴리는 “인기를 누리고 싶었고,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자신감을 갖고 싶었다. 그리고 이러한 기분은 술을 마실 때만 경험할 수 있었다”고 알콜의 수렁에 빠지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치료센터인 베티 포드 센터의 낸시 오브라이언 부회장은 여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환경에 놓이는데서 오는 긴장과 스트레스를 술로 해소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오브라이언은 부모의 ‘감시’와 ‘보호’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들에게 어필하는 방안의 일환으로 술을 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내성적인 여학생들은 자신감의 표출을 술을 통해서 하기도 하며 친구들의 ‘압력’으로 술을 마시기도 한다. 다시 말해 이들에게 술은 처음 겪는 대학생활, 또는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하도록 돕는 윤활유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표적판촉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소녀와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달콤한 술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쓰지 않아 목으로 술술 넘어가지만 결국 취하게 되고 심하면 중독증세를 보이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소위 ‘알코팝스’(alcopops)로 불리는 이 색깔 있는 술은 10대 소녀 6명 중 1명이 적어도 6개월에 한번 마신다. 10대 소년은 5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났다. 업계의 자성이 촉구되는 대목이다.
<박봉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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