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어는 가장 작은 애완동물이다. 개처럼 주인의 얼굴을 핥지 않고 고양이처럼 갑자기 부엌 싱크대 위에 뛰어오르지도 않는다. 집 주위를 배회하다 온갖 더러운 것을 묻힌 채 방으로 기어들어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오스트레일리아 연구팀의 보고서에 따르면 어항 속에 있는 열대어를 예의주시하지 안 된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어항을 청소하거나, 열대어가 노니는 물속에서 수영할 경우 긴장할 필요가 있다는 경고이다. 학술지 ‘Emerging Infectious Diseases’ 3월호에 게재된 논문은 열대어를 통해 박테리아에 감염된 어린이들이 고열과 피 설사로 병원에 입원한 사례를 소개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밝혀진 대로 열대어에 의해 감염되는 박테리아는 살모넬라이다.
호주·유럽·북미서 감염… 임신부·노약자엔 치명적
미 1,200만가정 애완용으로 길러, 위험 상존
매달 두 번 어항 물 3분의 1은 교체해야
조약돌 만지거나 물 튀기다 감염될 수도
오스트레일리아 가정의 14%가 어항에 열대어를 기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1,200만 가구가 캐나다는 100만 가구가 열대어를 애완으로 기르고 있다. 박테리아를 옮기는 열대어에 노출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실제 균에 감염된 어린이의 대부분 가정에서 열대어를 기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살모넬라를 옮기는 애완동물로는 도마뱀, 새끼 오리, 병아리, 거북이 등이 있다. 이는 이미 오래 전에 규명됐다. 특히 연방식품의약청은 길이 4인치 미만의 거북이로 인해 약 2만5,000명의 어린이가 살모넬라에 감염됐다고 보고 이를 애완동물에서 제외시켰다.
그런데 이번에는 열대어가 북미, 오스트레일리아, 유럽 지역의 살모넬라 감염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대학의 미생물학자 다이앤 라이트푸트 박사의 논문에서 이러한 사실이 밝혀졌다. 한 가지 열대어를 통한 살모넬라 감염이 수적으로 적고 광범위한 지역에 퍼져 있어 추적이 쉽지 않다는 점이 있다.
살모넬라에 감염되면 대부분 경련, 구토, 설사 등을 겪게 되지만 반드시 의사를 찾는 것은 아니다. 집으로 조금 앓다가 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연구 자료를 수집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임신부나, 어린이, 노약자들이 살모넬라균에 감염되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고,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다이앤 박사 연구팀이 그렇다고 집에 열대어 어항을 없애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이앤 박사는 “집에 어항이 없으면 이 세상은 삭막해질 것”이라고 했다. 다이앤 박사 자신도 집 뒤뜰에 연못을 파 열대어를 기르고 있다.
하지만 어머니들이 어항이나 연못을 청소할 때, 비누로 손을 아주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또 어린이들이 어항이나 연못 옆에서 장난을 치는 것을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연못이나 어항 속의 조약돌을 만지작거리거나 돌을 물속으로 던져 물이 튀기면 균에 감염될 공산이 크다고 다이앤 박사는 말했다.
어항의 물은 한 달에 두 번, 3분의 1 정도 갈아주는 것이 좋다. 또 어항 관리에 관한 안내책자의 조언을 충실히 지키는 것이 살모넬라 감염을 예방하는 길이다. 어항 물을 목욕탕 욕조나 부엌 싱크대에 버려서는 안 된다. 물이 튀기면서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항 청소가 여의치 않으면 물을 따뜻하게 데운 뒤 1리터 당 표백제 4숟가락을 타서 어항 표면을 꼼꼼히 닦으면 된다. 아직 미국에서 어항 열대어를 통해 살모넬라에 감염된 사례가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또 살모넬라균이 변형된 형태로 활동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항생제가 제대로 약효를 발휘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아직은 그다지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예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살모넬라 변형 균은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수출하는 애완용 고기에서 나타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들 지역에서는 항생제를 마구잡이로 남용하기 때문에 이에 견디는 변형 살모넬라균이 다른 지역보다 왕성하게 활동할 토양이 마련돼 있다. 그러므로 수입품에 신경을 곧추세울 필요가 있다. 다이앤 박사는 “항생제를 남용하는 동남아시아, 특히 이 지역 양어장은 항생제에 끄떡없는 살모넬라 변형 균이 득실거린다”고 했다.
한편 살모넬라 변형 균 연구에 전념해 온 마이클 펠드가든 박사는, “확인된 다섯 종류의 살모넬라 변형 균이 뒤섞여 완전히 다른 형태로 탈바꿈할 경우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박봉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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