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열네 살적 어머니는 연분홍 봉선화 꽃이셨다. 저무는 여름 하오 울 밑에서 눈물 적시는,
나의 스물 한 살적 어머니는 노오란 국화꽃이셨다. 어두운 가을 저녁 홀로 등불을 켜드는,
그녀의 육신을 묻고 돌아선 나의 스물아홉 살, 어머니는 이제 별이고 바람이셨다. 내 이마에 잔잔히 흐르는 흰 구름이셨다.
이경애 ‘존재의 기원’
유년시절의 어머니는 하얀 목련꽃처럼 아름다운 봄볕이셨다. 한 여름 열기 속 같이 철없이 나대던 시절에 눈물을 훔치시던 어머니를 보지 않은 사람 있을까, 고뇌의 청년기엔 등불을 밝혀 다독여주시던 그 어머니는 이제 우리 곁에 계시지 않아도 이렇게 우리들 기억 속에 더욱 잔잔한 미소로 살아계시니 이만큼 신비한 존재, 이 세상에 또 있을까. 문인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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