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도 못받으니 ‘빈민층’생활과 매한가지
연방 정부의 빈민 기준선을 오르내리며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가는 ‘빈곤 근접층’ 인구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연방정부는 현재 4인 가족 기준으로 연소득이 1만9,157달러 이하일 경우를 빈민층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라 지난 2004년 ‘빈민’으로 분류된 미국인의 수는 3,700만명. 하지만 이들 못지 않게 궁핍한 생활에 시달리면서도 정부 지원조차 변변히 받지 못하는 계층이 바로 ‘빈곤 근접층’이다.
4인가정 연소득 38,314달러 이하의 계층
실업·질병·사업실패 등 겹치며 ‘나락’으로
“거처 구하기 너무 힘들어”... 아슬아슬한 삶
‘빈곤 근접층’의 기준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한 연평균 소득이 1만9,157 달러에서 빈곤선의 2배인 3만8,314달러 사이에 속한 가구를 ‘준 빈곤가정’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2004년 현재 ‘빈곤 근접층’ 범주에 속한 미국인들의 수는 대략 5,400만명으로 ‘공인 빈민인구’의 1.5배에 달한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애나하임에 거주하는 애봇 부부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준 빈민 근로가정의 대표적인 예다. 항공 관련 전자부품 수요가 붕괴되면서 지난 2001년 말 연봉 4만달러짜리 일자리를 잃은 애봇(58)은 그 이듬해 실업혜택이 고갈되자 부인 로리(51) 및 10대인 아들과 함께 아파트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1년간 친구의 모터홈에서 버티고, 8개월을 주방이 딸린 모텔에서 지내는 동안 당뇨병 환자인 로리는 치아를 몽땅 잃고 말았다. 이빨이 없어 고객들에게 미소를 지을 수 없게 된 그녀는 마켓 캐시어 자리마저 단념해야 했다.
미첼 소어(34)는 이제 막 중산층으로 편입했다고 자부하던 순간 날벼락을 맞았다. 웨이트레스였던 그녀가 네 번째 딸의 출산을 계기로 전업주부로 돌아서려던 참에 전기공 면허증 소지자인 남편의 개인사업 시도가 실패로 끝나면서 불운이 덮쳐들기 시작했다. 심한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던 남편은 마약에 손을 댔고, 급기야 절도혐의로 체포됐다.
당장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 숙소였던 대형 트레일러까지 팔아 넘긴 소어는 생후 16개월부터 15세 사이의 고만고만한 네 딸과 함께 월 600달러의 웰페어와 자녀 부양보조비, 자선단체에서 제공하는 음식에 의존해 생활해야 했다. 몇 개월 전 어렵사리 식당의 야간 근무 웨이트리스 자리를 잡아 월 1,300달러의 수입을 올리기 시작하자 웰페어 지급액이 300달러로 줄어들었다.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일정한 거처가 없다는 점.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는 애봇과 소어 가족은 아파트를 임대하고 싶어도 석 달치 방세에 해당하는 입주금을 선불로 지급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주당 280~300달러를 내고 모텔과 방갈로를 전전해야 했다.
애봇 부부의 사정은 최근 들어 다소 호전됐다. 로리가 교인인 치과의사의 도움으로 의치를 한 후 세일즈 잡을 잡았고, 그녀의 남편은 잡역부로 일하다 기관지 이상을 일으켜 월 1,436달러의 주장애보험과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2,700달러의 선금을 주고 방 하나짜리 아파트에도 입주했다.
소어 가정 역시 부부의 필사적 노력으로 연방 빈곤 기준선을 훌쩍 웃도는 연소득을 올리곤 있지만 복권에 당첨되지 않는 한 준 빈민층의 틀에서 벗어날 희망은 거의 없어 보인다. 보험과 일정한 거처가 없이 언제이건 빈민층으로 전락할 위기 속에 이어지는 이들의 삶은 그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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