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 들어온 한 탈북자 가족이 식사를 하고 있다. 식탁이 없어 바닥에서 밥을 먹는 이 가족을 통해 탈북자의 어려운 형편을 엿볼 수 있다. <이승관 기자>
LA에 30여명 등 전국 80~100명 추산
대부분 한국에 정착했다 미국 들어와
막노동·식당 종업원 등 하며 밥벌이
“돌아가고도 싶지만 아이들 때문에…”
연방법원이 한국정착 탈북자 서재석씨의 정치적 망명신청을 허용한데 이어 지난 5일 미 정부로부터 난민지위를 부여받은 제3국 체류 탈북자 6명이 미국에 입국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미국내 탈북자들이 또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미국에 체류중인 탈북자는 어린이를 포함해 LA지역 30여명을 비롯해 뉴욕과 워싱턴, 시애틀 등에 많게는 약 80~1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중 대다수는 한국에 정착했다가 다시 미국에 들어온 사람들이다.
하지만 일부는 이곳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한국으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언어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은 탓도 있지만 경제문제와 체류신분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일부는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항소를 포기하고 스스로 귀국하기도 했다. 2004년 10월 발효된 ‘북한인권법’은 원칙적으로 한국에 정착했던 탈북자의 미 망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정착 탈북자들의 미 입국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1~2년전만 해도 캐나다 또는 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방문 또는 관광비자로 정식 입국한 뒤 다음 단계(망명신청)를 밟으려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브로커를 통해 밀입국할 경우 수천달러를 부담해야 하는데다 밀입국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설사 성공해도 곧바로 불체자 신분으로 전락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한국에 정착했다가 미국에 들어온 탈북자들은 미국행을 택한 이유로 한국내 차별의식과 한국정부의 감시 등을 주장하고 있다. 또 일부는 보다 나은 생활을 얘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미국생활이 생각만큼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여성들은 주방 또는 웨이트리스로 일을 많이 한다. 반면 남성들은 전기공, 건설노동자, 무면허 택시기사, 식당 종업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반면 이직률도 높아 초기에는 3~4곳을 옮겨 다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 매달려야 하는 만큼 서로 자주 모일 수 없는 것도 현실이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신들의 신분이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상당히 경계한다.
근래들어 이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미국의 실상을 알게 된 한국내 탈북자들의 막연한 미국행은 감소하는 추세다.
한 탈북자 지원 단체 관계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미국 생활의 실상을 많이 알고 있어 최근 연방법원의 서재석씨에 대한 망명승인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많은 탈북자들이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여러모로 자유로운 미국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생각하는 건 사실이어서 앞으로 미국행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탈북자는 “한국보다 일당도 많고 눈치 볼 일도 적어 좋은 점도 많지만, 문화장벽에 언어장벽까지 더해져 그나마 많은 친구들이 있는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가끔 든다”면서도 “그래도 자녀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미국에 잘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성락·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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