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화이트칼러 한인들
1~2년만에 취직·결혼·공부 등
이민 1년차인 윤모(32)씨는 요즘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윤씨가 짧은 기간에 ‘결혼, 취업, 공부’의 3관왕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한인 회사에 재직 중인 윤씨는 24시간을 쪼개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하루를 보낸다.
윤씨는 오후 6시 퇴근하면 곧바로 직장인을 위한 로스쿨로 직행한다. 윤씨는 장기적 계획에 따라 경제적 부담이 적고 일 하면서 학교를 다닐 수 있는 로스쿨을 선택, 4년 후 변호사를 꿈꾸며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밤 10시께 수업이 끝나면 윤씨는 6월 결혼할 시민권자 여자친구와 짧은 데이트까지 병행하고 있다.
유학생인 또 다른 윤모(30)씨는 미 생활 3개월만에 미국 4대 회계법인의 뉴욕지사에 취업이 결정돼 연봉 5만5,000달러가 보장된 상태다. 도미 전부터 취업을 고려한 윤씨는 1년 석사과정의 학교만을 집중 공략, 취업을 위한 철저한 준비를 세워 놓았던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한인들의 미 정착 패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아메리칸 드림’의 정의는 궂은 일부터 시작, 부를 이루는 것이었지만 최근에는 치밀한 계획을 통한 맞춤식 정착으로 빠르게 이민생활에 정착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화이트칼러’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사안이다. 윤씨는 “LA한인 경제력이 신규 이민자를 자체 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 있어서 취업이 쉬웠다”며 “특히 구인난을 겪고 있는 회사를 집중 공략하면 쉽게 취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화이트 칼러’ 이민자들의 성공신화는 철저한 준비와 틈새 시장 공략에 따른 결과다.
한국의 절대 경제력이 낮았던 70∼80년대 이민자들이 고학력임에도 무작정 도미, 자영업과 블루칼러 업종에 집중돼 있었던데 비해 요즘 이민자들은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도미는 지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경향은 시민권자 부인을 둔 한국 국세청에 재직중인 A(32)씨에게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올해 미 대학원 입학이 좌절되자 미국행을 1년 연기했다. 시민권 부인을 뒀지만 무작정 오는 것보다 미래가 보장된 확실한 이민을 준비중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착패턴의 변화는 자영업과 블루컬러 업종 종사자가 많은 기존 이민자와 전문직 등에 투신하는 신규 이민자 사이의 양극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도 대두되고 있다.
‘화이트컬러’ 종사 신규 이민자들이 LA한인타운의 고층 빌딩으로 편입되면서 이들보다 수입을 올리지만 사회적 지위는 상대적으로 낮은 자영업, 블루컬러 업종에 몸담고 있는 기존 이민자들은 불편한 심기를 느낀다. 과거 힘들었던 이민 경험과 사회적 지위의 차이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특히 기존 이민자들은 LA한인타운 등 기존 이민자들이 힘겹게 일궈 놓은 터전을 한국과 단순 비교, 부정적 이미지로 덧칠하는 것에 불만도 느끼고 있다. 화이트 칼라 중심의 신규 이민자가 한인타운에 활력을 불어 넣음과 동시에 한인타운 속에 두 가지의 상반된 정서를 유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마켓을 운영하는 김모(46)씨는 “한인들이 이민을 쉽게 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기존 한인들이 경험하고 느끼고 있는 이민생활과 최근 이민 온 사람들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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