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떼어 출근하는 아버지… 컴퓨터에 총 쏜 아버지
친구관계 단절·부모에 폭언 등 증상
상담소 찾는 학생 대부분이 중독 호소
당장 문제해결보다 근본 예방책 절실
직장인 C씨는 출근길에 언제나 컴퓨터 자판기(키보드)를 들고 집을 나선다. 고교생 아들이 방과후 컴퓨터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C씨는 하루종일 게임에 매달리는 아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극단적 방법이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C씨뿐 아니다. 직장인 A씨는 인터넷 연결 선을 집안 곳곳에 숨겨 놓고 출근한다. 이따금 어디에 숨겨 놓았는지 몰라 퇴근후 쩔쩔매며 찾을때도 있다. A씨 역시 컴퓨터 게임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려는’ 마지막 수단이라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한다.
지난달 말에는 컴퓨터 게임에 탐닉해 있는 아들과 언쟁을 벌이던 백인 아버지가 화가 치밀어 컴퓨터를 향해 총을 쏜 사건이 발생할 정도로 청소년들의 컴퓨터 게임 중독은 심각한 상태다. 특히 한인 청소년 상담기관에 등록된 학생 대다수가 컴퓨터 중독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될 만큼, 도를 넘어서고 있다.
청소년 상담기구인 ‘가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하 FSC·Family Saver Center)은 지난달 27일 상담실에 등록된 청소년 40여명 모두가 컴퓨터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FSC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은 주로 게임과 메신저를 이용한 채팅 문제를 호소했다. 그러나 음란물을 통한 중독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FSC의 이성희 소셜워커는 “맞벌이 부부가 많은 한인가정의 특성상 한인 청소년이 홀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인터넷 게임이나 채팅에 심취해 컴퓨터 중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컴퓨터 중독을 방치하면 부모에 대한 공격이나 자폐증 등 부작용을 유발한다며 상담 치료를 충고했다.
FSC에서 상담 중인 김모(15, LA)군의 경우 방과후면 늘상 방문을 잠그고 컴퓨터 앞에 앉아 늦은 밤까지 컴퓨터에만 몰두할 정도로 심각한 컴퓨터 중독증세를 보였다. 1년전부터 이런 증상을 보인 김군은 친구 관계도 소원해지고 컴퓨터 사용을 만류하는 어머니에게 폭언을 퍼붓고 물건을 부수는등 거친 반응도 보였다.
이성희 소셜워커는 “부모와의 근본적인 관계개선 없이는 컴퓨터 중독 등의 청소년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단순문제해결 보다는 근본적 예방에 무게를 실었다.
컴퓨터 중독의 심리학적 폐해를 최초로 주장한 피츠버그 대학교의 심리학자 킴벌리 영은 컴퓨터 중독의 기준을 ‘하루 8시간 이상 일주일 40시간 이상의 컴퓨터 사용’으로 정의하고 있다.
<심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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