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씨가 하루 일을 마치고 귀가해 식사를 하고 있다. LA에서 출생한 현아(오른쪽 유아)는 이들에게 희망의 상징이다. <이승관 기자>
김성한씨 가족의
아메리칸 드림
“북한에 있을 때는 ‘미국 시민권자의 부모’란 단어조차 상상하지 못했죠”
그들만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한국정착 탈북자들의 미국행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미국에서 자녀를 출산해 부모는 불법 체류자, 젖먹이 아이만 시민권자인 가정도 나타나고 있다.
6개월 전 입국한 김성한·인실(가명)씨 부부도 그중 하나.
함경도와 평안도 출신으로 중국에서 만나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김씨 부부는 첫 딸 은아를 서울에서 낳았지만 둘째 딸 현아는 LA에서 출생, 어느새 백일을 넘었다.
북한, 한국, 중국, 미국이라는 배경을 모두 안고 살아가는 김씨 가족에게 통일이 되면 어디에서 살고 싶은지 물어보자 “가장 그리운 곳은 물론 고향땅 북한이지만 자녀들이 미국에 터전을 잡을 테니 미국에 살면서 북한에 있는 가족을 돕고 싶다”며 미국정착에 강한 애착을 나타냈다.
김씨 부부에게도 역시 지난주 서재석씨의 망명 승인 소식이 큰 관심사였다.
“너무너무 기뻤다”는 인실씨와 “좀 더 지켜 봐야죠”라며 말을 아끼는 김씨에게 한국정부에서 적지 않은 지원을 해주는데 왜 탈북자들이 한국을 떠나는지를 물었다.
김씨 부부는 “사람마다 이유는 다 다를 것”이라며 “한국에서 좋은 사장을 만나 돈도 많이 모으고,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어차피 한국에서도 이방인이기 때문에 새로운 기회를 찾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고 답했다.
한국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한 서재석씨의 주장과 상반되는 것 같아 “차별이 없냐”고 묻자 인실씨는 “분명히 차별은 있다. 말도 다르고, 문화도 잘 이해하지 못해서 그렇겠지만 직장에서도 다른 직원과 어울리려면 정말 눈물나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우리는 젊은 나이에 국경을 넘었고, 중국에서도 4년 가까이 살아 자본주의에 대한 충격이 덜했지만 30∼40대에 탈북한 사람들은 적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똑같은 일을 해도 한국보다 미국이 벌이가 좋고 의식할 것이 별로 없어 비자문제만 해결되면 미국에 오려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미국 행을 준비하면서 한 목사에게 비자사기를 당해 한국에서 악착같이 모은 돈 3만 달러를 날리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씨 가족은 현재 김씨가 막노동을 해 벌어오는 1,600여달러의 수입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고향도 아니고 교육환경도 안 좋아 자녀들을 위해 미국에 눌러 앉을 계획이다.
미국에 온 뒤 여행 한 번 못 가봤지만 “그래도 시민권자인 현아가 있어 조금은 든든하다”고 서로를 위로했다.
<이의헌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