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이취임식을 비롯해 커뮤니티 행사들이 많은 계절이다. 거의 저녁에 열리는데 그런 행사에 갈 때마다 나는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인지 아닌지 갈등한다. 왜냐하면 모든 행사들이 그 취지에 따라 축사, 격려사, 답사, 공로패 증정, 감사패 증정, 축하패 증정, 내외귀빈 소개, 수상자 동영상 시청, 동영상에서 한 말을 반복하는 수상 인사에 더러는 축가 및 축하공연까지 곁들여지는데 축사, 격려사, 답사로 마이크를 잡는 사람만도 10명 이상인 경우가 많아 그 스케줄이 다 소화되려면 상당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식사는 꼭 마지막 순서이고 주최측은 밥 먹고 가라고 붙들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북에 인쇄된 내용을 그대로 읽어가는 지루한 ‘○○사’가 시작될 때마다 자기들끼리 눈을 찡긋거리다가 중간에 자리를 뜨는 일행들이 늘 있는데, 나도 그렇게 하자니 주최측에 예의가 아닌 것 같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자니 할 일 없이 저녁 때문에 눌러앉은 것 같아 개운치가 않다.
최근 LA상공인의 밤, OC 한인회장 이취임식, 변호사협회장 이취임식 등등 한인 행사에 참석했는데 한 곳은 6시에 시작해서 8시에야 뷔페가 시작되었으며 한 곳은 1시간 리셉션 후 7시에 시작해서 8시가 훨씬 지나서야 샐러드가 서브되기 시작했다.
오랜 인내 끝에 식사를 앞에 놓고 ‘이게 저녁이야? 밤참이야?’ 툴툴거리는 사람들. ‘Belly has no ears’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식사를 맨 끝 순서에 놓는 것보다는 식사 후에도 자리를 뜨지 않게 행사 내용을 간결하고 재미있게 할 수 없을까.
한인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들은 그 외에도 여럿 있다.
우선, 같은 몇몇 사람들이 수시로 연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주고받는 상패들이다. 그 패들은 대부분 단체장 명의로 되어 있다.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단체장 이름으로 주는 것을 보면 개인비용으로 처리되지 않는 것 같은데, 모든 단체들이 교포들의 재정 도움으로 운영되는 것을 생각하면 낭비가 아닐 수 없다.
행사중, 무성영화를 보는 착각에 빠질 때도 있다. 대개 주최측의 장이 다른 사람에게 상패를 줄 때 발생한다.
시상자와 수상자가 양쪽에서 상패를 붙들고 어색하게 서있는 동안 상패에 적힌 글을 몇 발짝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사회자가 쪽지를 보고 읽는 것이다.
사회자의 낭독이 끝나면 상패를 마주 붙들고 얼어붙은 듯 서있던 두 사람이 그제야 몸을 움직이며 상패는 수상자에게 넘어가는데, 난 그럴 때마다 궁금하다. 왜 시상자가 상패 내용을 직접 읽지 않고 대독시키는지.
귀빈 소개도 진부하다. 이 사람 저 사람 다 불러 세우다 보면 귀빈과 비귀빈이 물 반 고기 반이다. 그러니 이름 안 불린 사람에게 더욱 미안해서 ‘여기 오신 분들은 모두 귀빈’임을 강조한다.
행사 프로그램은 알차고 짧은 게 좋다. 타운 유지들이 많이 참석했던 출판기념회에서 ‘모든 참석자들이 저의 VIP’라며 귀빈소개를 건너뛴 유분자씨, OC 한인회장 이취임식에서 ‘제가 짧게 하는 것이 여러분들에게 축복이 되겠지요’라며 정말 짧게 축사를 끝낸 한기홍 목사는 그런 면에서 참석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김현숙 OC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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