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관광업계, 갈수록 채산성 악화
대체상품개발등 부심중
한인 관광업계가 고유가 시대에 달러화 하락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유가가 오르면서 항공권 가격이 계속 상승, 지출은 많아지는데 달러화의 가치는 반대로 떨어지기만 해 관광업체들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
국제관광여행사 강성영 대표는 관광객과 항공사 중간에서 여행업체만 샌드위치꼴이 됐다며 유가 상승을 이유로 항공사는 유류할증료를 요구하지만 여행사 입장에선 손님들의 불만을 사면서 인상분을 그대로 반영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답답해했다. 또 그는 지금은 불경기가 계속 돼 많은 한인들이 가격에 민감해진 상황이라면서 인상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가격을 올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금처럼 계속 손해를 보면서 장사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전했다.
영업이 잘되면 잘될수록 오히려 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여행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여행상품의 질적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 강 대표는 예를 들어 숙소를 신라호텔 등 특 A급에서 한단계 아래로 변경할 수는 있겠지만 갑자기 여관 수준으로 바뀌면 손님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면서 여행사로서 지금까지 쌓아왔던 신용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고 토로다.
달러화 하락의 여파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부문은 한국관광이다. 관광업계는 하루가 다르게 달러 대 원화의 환율이 상승하고 있어 기존 여행상품을 출시할 때 책정한 환율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년 달러당 1200원 정도였던 환율이 현재 달러당 940원 아래로 내려가는 바람에 작년 수준에서 기획된 여행상품이 많이 팔릴수록 업계의 타격도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 관광상품 수익은 원가수준까지 떨어진 게 사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까지는 종전 가격으로 버티고 있다. 하지만 환율이 900원 아래로 떨어지면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한인 관광업계의 경우 출혈경쟁이 심해 가격 인상 압박을 심하게 느끼고 있는 형편이다. 고려여행사 유재호 대표는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에 가끔씩 정말 너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그나마 있던 마진도 환율 때문에 크게 줄어 최근 손해를 볼 때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항공사 유류할증료(surcharge)가 붙었다며 밤 11시까지 일하며 손님들의 항공권을 예약하고 있는데 12시가 넘으니 갑자기 컴퓨터 화면에 인상된 항공료가 뜬 적이 있었다. 울며겨자먹기로 손해를 감수하고 손님에게는 종전 가격을 받았지만 이런 고충을 어디다 얘기할 데도 없다고 억울해했다.
여행객들로서도 원화 가치의 상승은 결코 반가운 것이 아니다. 최근 봄맞이 관광차 한국에 갔다가 돌아왔던 스티브 정씨(67, 네이퍼빌)는 환율 때문에 여행기간 지출을 일정 수준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막연히 달러당 1000원 수준으로 생각했는데 호텔에서 환전하니 900원 밖에 안주더라면서 따지고보면 아주 큰 차이는 아닐지 몰라도 뭔가 손해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환율 생각에 물건을 살 때마다 심리적으로 위축되더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상황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와중에 여행사들은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시카고지역 한인여행사 대표들은 지난 26일 한식당 솔가에서 회의를 갖고 출혈경쟁을 중지하는 등 대책 마련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요하지 않은 여행지를 제외해 군살을 뺀 관광상품을 출시하는 등 최소의 경비로 꼭 필요한 관광만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봉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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