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불교 조계종 미주 필라 화엄사 주훤 법장
항상 음력 사월이 되면 초파일 준비의 일환으로 한국 사찰에서는 연등 만들기에 바쁘다. 미국의 사찰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것은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뜻을 밝히고 내가 밝힌 등불의 밝힘이 눈 어둔 중생에게까지 고루고루 퍼지게 하자는데 의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서 너도나도 등불을 밝히는데 과연 무슨 이유로 언제부터 등불을 밝히게 되었는가하는 것을 불자라면 한번쯤 알아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등불을 밝히게 된 시초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인도 사위국 국왕이 청한 공양 참석과 설법을 마치고 사찰로 돌아가는 길에 어둠이 깔려 국왕과 대신을 비롯한 장자들이 앞 다투어 불을 밝힌 데서 찾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특히 기억해야 할 것은 빈자일등(貧者一燈)이다.
빈자란 걸인 미수타 여인을 두고 한 말이다. 미수타 여인은 일생동안 구걸하면서 살아가는 구차한 처지인데도 불구하고 부처님께서 가시는 길에 불을 밝힘을 보고 “저와 같은 귀인들은 숙세(宿世)에 무슨 인연으로 오복(五福)이 구족하고 재물이 풍족하여 오늘 날 부처님 가시는 길에 등공
양(燈供養)을 올리니 복덕이 앞으로도 점점 성할 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러나 나와 같은 사람은 전생에 무슨 죄업으로 이와 같이 빈천보(貧賤報)를 받아 나서 지금 복을 지을 수 있는 기회를 만났으나 지을 수 없으니 내 일생을 짐작할 지라”하고 생각했다. 미수타 여인은 여러 동네를
돌아 1전이라는 돈을 얻은 뒤 “작은 돈이라도 기름을 사서 부처님께 공양 올려 후세에 좋은 인연을 맺으리라”하고 기름을 사 불을 밝히며 축원하기를 “나는 빈궁해서 보잘것없는 작은 등불을 이같이 바치나이다. 아마 초저녁도 못가서 꺼질까 하나이다. 그러나 성심(誠心)은 대부
장자(大富長子)나 다름없사오니 부처님께옵서는 이 마음을 감찰하옵소서. 저의 원하는 바는 오는 세상에 지혜의 등불을 얻어서 일체중생(一切衆生)의 번뇌의 때를 모두 멸하고 불타의 광명같이 꺼짐이 없게 하는 것이옵니다”하였다.
날이 밝아 부처님의 10대 제자들이 불을 끄려고 할 때 아무리 끄려 해도 꺼지지 않는 등불이 있었으니 바로 걸인 미수타 여인의 등불이었다. 부처님께서는 제자 아란을 불러 “이 등불의 주인공은 비록 가난한 여인이지만 광대한 보리심(菩堤心)을 바라고 켠 불이기 때문에 너의 신력(神力)으로도 끄지 못할 것이니라. 모든 것이 성심유무(誠心有無)에 있는 것이고 물질의 많고 적음에 있는 것이 아니다”하시며 기다렸다. 미수타 여인이 다가와 정중히 등불에 삼배를 올리고 불을 끄니 꺼졌다. 이를 지켜본 10대 제자 앞에서 부처님께서는 미수타 여인에게 수기를 내리시기를 “너는 앞으로 백겁(百劫)을 지나 성불(成佛)할 것이니 불호(佛號)는 수미동광이라 하리라”하셨다. 한국에서 연등 행사는 불교가 들어오면서 한 것 같으나 문헌상으로 보면 신라 때는 정월 15일, 고려 현종 때는 2월 15일, 고종 때 4월 초파일, 문종 21년 초파일 흥왕사 낙성을 계기로 성황을 이루게 됐으며 조선 시대를 거쳐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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