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개방·개혁 주창자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인터뷰
역사는 구 소련의 공산당서기장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75)를 소련의 개방(Glasnost: Openness)과 개혁(Perestroika: Reform)을 주도한 인물로 기억할 것이다.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 정책은 공산당의 종말을 가져왔다.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등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고르바초프가 새 저서를 출간했다. 최근 로드 아일랜드의 카네기 애비 클럽에 연사로 초청받은 고르바초프가 시사주간지 ‘타임’의 샐리 도넬리 기자와 마주 앉았다. 자신이 주창했던 개혁, 푸틴 치하의 러시아, 아내 라이사의 죽음 이후의 자신의 삶 등에 대해 차분하게 말했다.
부시 대통령을 냉전회귀 쪽으로 모든 사람들 위험
개혁정책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평가 우호적으로
정부연금 한 달 고작 1,400달러, 여행 다니기 힘들어
7년 전 아내 세상 떠난 후 가족의 소중함 절실히 깨달아
-왜 개혁에 대한 새 책을 썼는지?
▲1985년 소련에 개혁정책을 도입한 것은 소련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가운데 하나다. 다른 두 개는 1917년 러시아 혁명과 2차 대전의 승리이다. 올해 개혁정책 도입 20주년을 맞아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의미를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개혁정책에 대해 러시아에서 공방이 치열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지만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고 여론조사에서도 사람들이 개혁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국민 77%가 자유 민주국가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개혁 정책의 유산이다.
-개혁정책이 러시아에 나빴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오래된 지배계급, 공산당원들, 퇴역군인들이다.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의 삶은 예전 같지 않다. 오늘 러시아의 생활이 이들에게는 고달프기 짝이 없다. 기득권 세력이 기득권을 포기해야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이들이 개혁 정책이 나라 전체에 끼친 영향을 생각해보길 바란다.
-많은 러시아 주민들이 아직도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이 나라를 망쳤다. 그는 일부 소수가 러시아 국부를 손아귀에 장악하는 것을 그대로 놓아두었다. 아니 허용했다. 서방세계는 옐친 정부에 대해 비판을 가하지 않았다. 지금 푸틴 대통령이 옐친 전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문제점들을 하나 둘 해결하고 있다고 본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다시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보는가?
▲푸틴 대통령은 사회민주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 의료, 교육 등 현안에 대해서 이러한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다시 부상하는 것을 서방세계는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초강대국으로서의 지위에 너무 도취돼 있다. 미국은 자신의 뜻을 세계에 심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극복해야 한다. 미국은 힘과 함께 책임을 지닌다. 나는 미국의 좋은 친구로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에서 움트는 반미주적 움직임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언론 통제가 그 예다.
▲미국이 러시아 내정에 우려를 표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 러시아 언론은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권위주의적인 권력행사가 있다. 그것은 국민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아직 유약하다.
-우리가 다시 냉전체제로 회귀한다고 보는가?
▲일부에서 부시 대통령을 그런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미국이 자신의 뜻을 다른 나라에 강요할 수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유엔 안보리와 국제적 법적 의무를 저버리고 선제 군사공격을 취한 행동 등은 세상을 보다 어둡게 만들 뿐이다.
-곤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그런 부류에 속하는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라이스 장관은 러시아를 잘 알고, 다른 나라의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매우 현명한 사람이다. 라이스 장관은 문제를 정치적 외교적으로 풀어가려는 사람이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은 지금 어려운 고비를 맞고 있다. 과거 파월 장관이 그랬던 것처럼.
-1999년 아내 라이사가 타계한 뒤 생활은 어떠했는지?
▲라이사가 죽은 뒤 나는 삶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었다. 사는 맛이 전혀 없었다. 나는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그래서 딸 이리나, 두 손녀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나름대로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우리는 식당에 함께 가는 등 시간을 나눌 수 있는 일을 했다.
-지금은 삶을 즐기고 있는가?
▲그렇다. 하지만 어려움이 있다. 몸이 약해져 여행이 쉽지 않다. 그리고 내 연금이 한 달에 4만 루블(1,400달러)밖에 안 된다.
-혹시 새롭게 갖게 된 취미가 있다면?
▲운동에 취미를 붙였다. 내 딸이 적극 권장했다. 집에 있는 운동기구를 이용한다. 트레드 밀, 자전거, 역기 등을 마련해 놓았다. 요리도 좋아한다. 나는 러시아 음식을 가장 좋아하지만 이탈리아, 중동 음식도 즐긴다. 조리과정에서는 이론적인 요리사이고 일단 완성되면 먹는데 정신이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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