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녀를 차에 태운 채 불을 질러 동반 자살을 기도했던 윤대권씨 사건에 한인 사회나 미국 주류 사회에서나 모두들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자살만 해도 끔찍한데, 동반자살로 자녀 살인을 하다니 이해하기 힘들다.
자살은 인간의 10대 사망원인으로 들어간다. 암, 심장질환 등 육체적 질환의 사망원인은 원인 규명과 발병률을 줄임으로써 예방대책을 세우지만 자살은 속수 무책이다. 미국의 경우 인구 10만명 당 매년 11명이 자살하는 것으로 통계가 잡혀있고 자살 방지를 위한 온갖 대책을 세워보지만, 지난 100년 동안 자살율은 전혀 변동이 없다.
한국의 경우는 10만 명당 연간 20명으로 통계가 잡혀 있다. 하지만 한국의 사망진단서는 자살보다는 사고사, 익사 등으로 기술함으로써 가족들에게 불명예를 남기지 않으려는 경향이 짙어서 실제 자살율은 훨씬 높으리라고 추정된다.
이런 부정확한 통계를 감안, 실제 자살율을 계산한 연구논문에 의하면 한국의 자살율은 10만명 당 연간 44.6명이란 놀라운 수치도 있다. 이 통계에 의하면 한국은 1위인 헝가리(44.8명) 다음으로 높은 세계의 2위의 자살국이 된다.
자살은 경제적 혹은 가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헤밍웨이의 엽총 자살이라든지, 버지니아 울프의 강물 투신 자살 등 외적인 스트레스와 연관짓기 힘든 경우도 있다. 자살에 대한 가설과 학설은 분분하지만 어느 것도 자살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정신의학자로서는 정신 외적인 스트레스에 중점을 맞추기보다는 정신 내적인 요인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자살 심리기전으로는 우울증을 드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절망감, 자괴감 으로 더 이상 미래를 내다 볼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 서 자살을 선택한다고 보는 학자들이 주류이다.
프로이드는 자살의 심리기전으로 자기자신에게 돌려진 공격심(self-directed aggression)이라고 했다. 그가 90년 전에 쓴 논문이지만 아직도 자주 인용되는데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우울보다 동반된 분노 불안 공격심이 밖으로 투사될 때에 타살의 위험이 높다면 자신에게로 돌려질 때 자신을 죽이는 끔찍한 사건을 저지르게 된다.
중요한 것은 자살과 타살은 종이 한 장의 차이라는 점이다. 가정문제나 실연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의 경우, 이혼한 배우자나 자신을 차버린 연인에 대한 화, 적개심이 자신에게로 반사되어서 상대가 나를 차버린 것처럼 나도 죽음으로써 상대를 차버린다는 심리기전도 있다.
동반자살을 하는 부모들은 자녀를 미워하기보다는 너무나 사랑해서 자신과 분리해서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혼으로 자녀를 뺏기고, 이 자녀들이 험한 사회에서 자신을 배신한 배우자와 함께 살며 자신이 당한 고통을 당할 것을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는 일종의 망상(altruistic delusion)에 가까운 병리가 내재한 경우가 많다.
한국문화는 바로 이 자신과 자녀를 분리해서 볼 수 없는 미 분화된(undifferentiated) 자아와 자아의 경계침범(ego boundary violation)이 흔한 집단문화이다. 이런 점을 이해하면 왜 한국부모들에게서 동반자살이 빈번한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남이냐” “엄마가 남이냐” 등의 대화에서 보듯이 자녀를 하나의 다른 인격체로 보기보다는 자녀도 아내도 모두 나의 연장으로 보고, 그래서 우리 모두를 한솥밥 먹는 식구 즉 하나로 보는 집단의식의 문화이다. 이 집단이 깨어질 때면 핵분열 정도의 막강한 에너지가 나오게 마련이고, 이 에너지의 방향이 파괴적으로 잡힐 때 동반자살도 불사하게 된다. 무서운 힘이고 무서운 일이다.
이런 일을 볼 때마다, 서구의 심리 연구결과를 한민족에 적용시키는 것보다는 한민족의 특이한 심리 현상을 더 연구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토속심리인 ‘정, 한, 화병’을 이해해야 한인들에게 빈발하는 문화병도 치유 예방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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