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벨과 같은 세계적인 바이얼리니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 1일 사요셋 고교 오케스트라 연습실 강당. 한 남학생이 바이얼린을 턱에 괸 채 지그시 눈을 감고 무대에 서 있다.
이윽고 컨덕터의 지휘봉이 크게 허공을 가르자 남학생의 오른 손에 쥐고 있던 활이 바이얼린 줄 위를 미끄러지며 연습실 전체가 어느 새 부드러운 선율에 휩싸인다.
사요셋 고교 12학년에 재학 중인 다니엘 홍(19)군은 정규 학교 시간이 끝난 후에는 언제나 이처럼 바이얼린을 벗 삼아 시간을 보낸다.
홍군이 처음 바이올린을 잡은 것은 초등학교 4학년 시절. 어머니의 권유로 비교적 남들보다 뒤늦게 시작한 홍군이지만 남다른 재능을 나타내며 각종 대회를 휩쓸어 온 실력파다. 카네기홀에서 주최한 ‘뉴욕 퍼포밍 아트 경연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이며 카네기홀 와일 리사이틀 홀에서 공연을 가졌는가 하면 ‘클레식 페스티벌’에서 ‘매스트로 오브 어워드’
(Maestro of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같은 실력은 올해 초 링컨센터에서 주최한 ‘영 뮤지션 경연대회’에 사요셋 고교 현악 4중주 팀을 이끌고 출전, 최우수팀으로 선정되며 더욱 빛을 발했다. 전국에서 쟁쟁한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참여하는 이 대회에서 우승한 뒤 4월27일 링컨센터의 초청 연주회를 통해 다시 한번 실력을 뽐낼 예정이다.
홍군은 현재 재학 중인 사요셋 학교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아 오케스트라단 회장을 맡고 있는데다 고교생 뮤지션들의 국제 조직인 ‘뮤직 내셔널 아너 소사이어티’의 학교 대표도 역임하고 있기도 하다.홍군의 바이얼린 연주를 사사하고 있는 맨하탄 음대의 블라드미어 시스킨드 교수는 홍군은 고교생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매우 뛰어난 테크닉과 음색을 지녔다면서 “앞으로 잘만 갈고 닦은 다면 세계적인 바이얼니스트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어머니 홍종례씨는 다른 아이들보다 뒤늦게 시작했지만 워낙 음색이 뛰어난데다 ‘연습 벌레’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며 “다니엘이 원한다면 끝까지 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하지만 홍군의 꿈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의사가 되는 것.현재 캐이스 웨스턴 리저브 유니버시티 의대에 합격해 놓고 있으며 외과의사가 돼 소외된 사람에 대해 봉사하며 살아가는 게 장래 희망이다.
어려서부터 ‘타인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할아버지(홍태윤 뉴욕중앙산정현교회 목사)의 교육을 받고 자라 ‘어떻게 살아가야 제대로 남을 사랑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이같이 마음을 먹고 그동안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의학 공부를 마치게 되는 10년 후에는 의학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아프리카나 남미 국가에 가서 슈바이쩌 박사처럼 봉사생활을 하고 싶다는 게 포부다.
능력만 된다면 의사 겸 바이얼린 연주가 모두 하고 싶어요. 좋아하는 바이얼린을 포기할 수도 없고 할아버지의 말씀도 저버리고 싶지 않거든요. 의사가 돼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도 하고 바이얼린 연주도 즐기면서 살고 싶습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김노열 기자>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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