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선<자영업>
아이들 학교보내랴, 남편 출근 돕는 일로 아침부터 주부들은 바쁘다.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다. 모든 식구들이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서야 되는 것으로 인해 우리집은 조금 더 분주한 것 같다. 남편은 남편대로 새벽부터 시동을 켜며 부지런히 아이들을 실어 나르고, 나는 나대로 밥과 국을 고수하고 있는 남편의 아침식사와 미국식으로 먹는 아이들, 그리고 여러개의 도시락을 준비하느라 시계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간혹 치우지 못하고 출근하는 날이면 쌓여있는 설겆이와 벗어놓은 옷들, 수건들이 마치 폭격(?)이라도 맞은 듯이 어지럽혀 있는데, 내가 보기에도 민망스럽다. 누구를 탓할수도 없는 바쁜 아침시간인지라 결국 일찍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내 몫으로 남게 되지만 ‘나 아니면 누가 해주랴’ 하는 엄마의 의무감 겸 자부심으로 팔을 걷어 부치곤 하였다.
그런데 이런 하루의 시작에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갑작스런 수술로 자리보전을 해야 하는 내 사정으로 인해 모든 것이 남편에게 떠안겨진 것이다. 남편은 단단히 각오를 한 듯 했으나, 나는 아이들에게 당분간 점심을 사먹으라고 미리 당부해 두었다. 자명종 시계에 맞춰 일어나는 남편을 보고 나도 눈을 떠보니, 창밖으로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내 형편에 위로라도 하는 듯 비는 구슬프게 내리고 있었고, 종일토록 축축한 날이 이어질것만 같은 하루였다. 정말이지 행복은 가까이서 보이지 않나 보다. 때론 힘들어 하면서도 억지로 했던 일들조차 이렇게 멀리 있고 보니 ‘행복’이란 단어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게 만들었다. 라면 끓이는 것과 설겆이밖에 할줄 모르는 남편 걱정에 부엌으로 나가보니 열심히 쌀을 씻고 있었다. ‘비때문에 사먹는 줄이 길텐데…’ 하는 나의 중얼거림에 아이들을 위해 점심을 준비하려는 듯 빵도 꺼내 놓았다. 내가 그동안 남편을 너무 과소 평가하고 있었나보다. 혼자만의 기대감으로 인해 괜히 안해준다고 속상해 할때도 있었는데 이렇게 시키고 보니 잘하는 것이었다. ‘몰라서 못하지 시키면 잘한다고’ 조금은 으시대면서 말이다.
마취약 때문인지 자꾸만 잠이 왔다. 다시 눈을 떠보니 남편은 출근하고 없었다. 설겆이까지 깨끗하게 해놓고 조용히 말이다. ‘주어진 당신의 역할을 잘했노라고’ 퇴근하고 돌아오면 칭찬부터 해주어야겠다. 그리고 그동안 소홀히 여겼을지 모를 행복들을 소중히 챙겨보며, 남편이 지쳐버리기 전에 어서 빨리 일어나 내 영역의 것들을 찾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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