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타임즈, 은퇴하는 이긍구씨 스토리 소개
시카고 선타임즈는 지난 27일자에 한인 이긍구씨의 이민 성공스토리를 크게 실었다. 탐 맥너미 칼럼니스트가 쓴 이 글에서 이씨는 무일푼으로 시작해 가족과 주위 사람들을 위해 고단한 삶을 살았던 이민 1세대의 전형적인 아버지상으로 그려졌다. 다음은 칼럼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한편 한국일보 장기애독자이기도 한 이씨는 지난해 본보 독자사은경품잔치에서 당첨돼 한국항공권을 받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시골 출신이다. 아버지는 농부였으며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지저분한 길 옆 초가집에서 그가 태어났다. 그곳은 정말 살 곳이 못 됐다. 군대 제대 후 독일, 프랑스, 영국에서 용접공으로, 광부로, 웨이터로 살아갔다. 어느 날 유럽에서 배에 올라 뉴욕으로 떠났다. 비행기가 아니라 ‘배’다. 친구가 비자 문제를 해결해준다 길래 뉴욕에서 다시 시카고로 옮겼다. 시카고에서 그는 잘 적응했다. 도시 전체가 이민자들과 그들의 후손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그들의 일원이 되진 못했다. 인종의 용광로라느니 하는 소리는 다 헛소리였다. 그는 이곳에 이제 막 왔을 뿐인 반면 백인계 이민자들은 마치 시카고에 있는 그들의 뿌리가 예전부터 끝도 없이 이어 내려온 것처럼 굴었다.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침엔 자동차 미캐닉 수업을 듣고, 오후에서 심야까진 용접공으로 하루 두 탕씩 뛰어야 했다. 잠은 대여섯 시간이나 잤을까. 하지만 자동차 미캐닉 학교를 훌륭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여러 카센터에서 일을 할수록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었다. 어느날 친구들이 캐나다에 살고 있던 젊은 한국 여성 승자씨를 소개해줬고 전화와 편지로 사랑을 나눴다. 그가 그녀의 종교인 카톨릭으로 개종했던 1970년 8월 15일,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딸 넷의 아버지가 됐다.
1972년 그는 3만 달러 가량을 모을 수 있었는데, 이는 그 당시 엄청난 액수였다. 이 돈을 가지고 포레스트팍의 모빌 주유소 겸 카센터를 임차했다. 모자라는 돈은 친척들에게 빌렸다. 매우 한국적인 방식이다. 거의 34년 동안 주말도 없이 일주일에 7일을 일했다. 수천 대의 자동차를 수리하면서 손에 묻은 검댕은 이제 지워지지도 않는다. 안나의 결혼식 때는 손에 장갑을 끼고 가려고도 했지만 딸은 그러지 말라고 했다. 딸들은 그의 모든 것을 존경했다. 또 그는 미국에서 새로 출발하기 원하는 다른 한국인들을 후원해왔다. 일자리를 알아봐 주고 돈과 머물 곳을 주선해줬다.
한국에 있는 미국계 한인 고아들에게 집을 마련해주는 단체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의 딸 4명도 모두 직접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직업을 선택했다. 한명은 선생님이고, 두명은 학대받고 피폐한 아이들을 돕는 단체에서 일하고 있으며 막내는 시카고시 문화국에서 프로젝트 디렉터로 일한다. 이에 대해 딸들은 그들의 카톨릭 신앙과 부모님의 영향이라고 말한다. 오늘은 금요일(2월24일), 그가 은퇴하는 날이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일하던 34년이 지나고 그는 주유소의 문을 닫는다. 이제 골프나 좀더 배워 보려고 한다나. 이날 단골 손님 이본 카퍼씨가 달려와 그를 껴안았다.
그는 약간 뻣뻣해졌다. 손님들은 미캐닉을 잘 껴안지 않기 때문이다. 저녁에 아내와 딸들은 그를 둘러싸고 사진을 몇장 찍었다. 그러다 무언가에 복받쳐 울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마지막으로 주유소 문을 잠궜다. 주유소에 깃든 혼이 이제 안녕이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의 이름은 이긍구이고 사람들은 마이크라고 부른다. 이제 가서 골프를 즐기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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