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역사 100년이 넘으면서 한인사회는 자타가 인정하는 모범 이민 커뮤니티로 성장하고 있다. 생존과 적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한인사회의 관심은 이제 부의 축적과 투자로 바뀌었다. 한인으로서 자랑스런 일이지만 그로 인해 관심의 사각지대가 생기는 현상이 안타깝다. 바로 한인사회 내의 빈곤 문제이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한인인구가 늘어나면서 빈곤은 막연하게 타인종의 문제쯤으로 도외시되는 경향이 있다. 교외지역에 자리잡은 중산층 이상 한인들은 사실 가난 때문에 절절 매는 한인들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다. 최저임금의 노동을 하며 아슬아슬하게 버텨나가는 초기 이민자, 불법체류자들의 빈곤을 한인사회가 우리의 문제로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해 발표된 ‘코리아타운 빈곤 보고서’(에드워드 박 교수, 한인노동 상담소 공동조사)에 의하면 한인타운 거주 한인들 중 68%는 실질적 빈곤계층이다. 연방 정부 기준으로는 가구당 연 소득 1만8,400달러 이하(4인가정 기준)가 빈곤층이지만, 기본 생활비가 비싼 LA에서는 풀타임으로 일해도 이의 두배를 벌지 못할 경우 실질적 빈곤층으로 분류하고 있다. LA에서 2 베드룸 아파트 평균 렌트비가 1,200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4인 가족이 월 3,000달러는 벌어야 생활을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대부분인 한인타운 거주 한인들의 가구 당 중간 소득은 2만3,700달러 수준이다. 아파트 렌트비, 자동차 유지비 제하고 나면 입에 풀칠하기도 빠듯한 수준이다. 뼈빠지게 일해도 가난에서 헤어날 수 없어 자녀들이 학업을 뒤로 한 채 생계를 돕고,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을 시도하는 일들이 한인사회 일각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앞장 서 나가는 계층과 뒤쳐진 계층을 함께 아우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일등 신화의 주인공들을 길러내는 것 못지 않게 음지의 소외계층을 한가족으로 포용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빈곤 해소를 위한 최선의 해결책은 임금 개선이다. 한인 고용주들이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 임금’에 관심을 갖는다면 빈곤층의 어려움은 상당히 덜어질 것이다. 아울러 재정적으로 정말 절망적일 때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한인사회에 한군데는 있어야 하겠다. 한인교회들, 한인 단체들이 빈곤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