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혼혈인이 얼마나 있을까. 아무도 모른다가 정답이라고 한다. 혼혈문제를 외면해 왔다. 한국 정부는 통계를 내려는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혼혈인 통계는 단지 추정일 뿐이다. 적게는 1만5,000여명 정도로 본다. 일부에서는 70만이라는 수치도 내놓는다. 미주 한인사회의 혼혈인 인구는 그러면 얼마나 되나. 역시 아무도 모른다. 모멸 속에 지내다 미국에 왔다. 한인사회와는 아예 접촉을 끊었다. 한국계 혼혈인이라고 해야 반겨주지 않는다. 오히려 색안경을 끼고 본다. 옛 상처만 덧날뿐이다. 이런 혼혈인들이 적지 않았다.
한 가지는 그러나 확실하다. 혼혈인 숫자가 계속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센서스 보고에 따르면 2004년 한해에 결혼한 한인 중 반 정도(남성은 10명 중 4명, 여성은 5.5명)가 비한국계를 배우자로 맞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말하는 건 미주 한인사회에서 혼혈은 이제 일반적 현상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혈에 대한 한인들의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그나마 백인계와의 혼혈에 대한 인식은 나은 편이다. 어두운 색깔의 피부를 지닌 소수계와의 혼혈에 대해서는 여전히 그 시선이 차갑다. 이것이 혼혈문제, 더 나아가 인종문제에 대한 미주 한인사회의 숨김없는 현실이다. 그뿐이 아니다. 입양아 출신 한인에 대한 시각도 여간 냉랭한 게 아니다. 워싱턴포스트지의 최근 보도가 그 단면으로, 미국인 부모들이 입양한 자녀를 배려하는 마음에 한국 문화를 알려주려고 한인사회로 접근했다가 한인들의 편견에 입양아나 양부모 모두가 상처를 입는다는 것이다. 이런 입양아 출신만 10만이 넘는다.
프로풋볼 리그의 정상에 오른 하인스 워드의 인간 승리 스토리에 한인 사회가 열광하고 있다. 동시에 혼혈인에 대한 그동안의 편견에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자성의 소리가 높다. 소외된 또 하나의 ‘우리’- 그들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쏟자는 거다. 모처럼의 계기다. 그러나 잠깐 동안의 ‘반짝 관심’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마음으로 이들을 껴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른바 ‘순혈주의’라는 숨막히는 배타성, 그 편견부터 허물어 버리고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종문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진정으로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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