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2003학년도 대학생 교재값 평균 900달러
중고 온라인서 구하거나 복사 등 자구책
연방의회서도 교과서값 세금공제등 검토
새 학기를 맞은 워싱턴의 유니버시티 오브 디스트릭트 오브 콜럼비아 대학내 서점, 학생들이 교과서로 가득 찬 무거운 바구니를 들고 줄을 서 있다. “아, 정말 너무 했어요”라고 말하는 키샤 워렌은 UDC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있다. “너무 비싸기 때문에 교과서를 사지 않고 버티는 학생들도 많아요” 겨울 방학을 끝내고 다시 캠퍼스로 돌아와 봄학기 개강과 함께 교과서와 참고 도서, 기타 교재 목록을 살펴본 많은 학생들이 교내 서점에 들러 한숨짓고 있다.
연방의회내 정부회계감사국(GAO)에 따르면 대학 교과서 값은 지난 20년동안 물가인상률의 2배씩 인상되어 왔다. 전국대학서점협회 조사에 의하면 전국의 대학생중 60%는 수강에 필요한 교재를 모두 다 사들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 학비를 벌거나, 등록금 마련해주기도 벅차하는 부모를 둔 학생들에게 비싼 교과서 값은 정말 달갑지 않은 숫자이자 대학 진학을 미루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2003~04 학년도에 4년제 대학 학생들이 책과 교재값으로 지출한 돈은 평균 900달러로 수업료와 각종 회비등 학비 총액의 4분의 1을 넘었다. 커뮤니티 칼리지의 경우 책값은 전체 학비의 거의 4분의 3을 차지했을 정도다. 그런데 학부 학생중에는 연방 학자금 보조를 받는 경우가 많으므로 전반적인 대학 교육비용은 연방의회의 관심사이기도 한 것이다.
유니버시티 오브 디스트릭트 오브 콜럼비아 구내 서점에서 수강 필독서 목록에 오른 책들의 구입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살펴보고 있는 학생들.
올 여름 GAO 보고에 의하면 교과서 값은 1986년부터 2004년 사이에 거의 3배가 올랐다. 요즘 책에 부수되는 CD-ROM이나 웹사이트, 워크북 같은 것들의 개발비용이 점점 더 많이 들게 된 것이 큰 이유인데, 출판사들도 전보다 더 신속히 개정판을 내놓고 있어 중고서적 시장을 제한시키고 있다.
키샤 워렌은 40달러짜리 ‘어번 스터디즈’ 책은 망서리지 않고 샀지만 195달러짜리 ‘디자인’ 책은 사양했다. “웃긴다고 생각했어요. 학생이 책을 구입할 방도도 생각을 해줘야지, 그만한 돈은 없어요”
지난 가을 학기에 UDC 학생 키 타일러(25)는 교과서 없이 음악이론 과목을 수강했다. 수업시간마다 다른 학생들 책을 잠깐씩 빌려 보았기 때문에 한번 수업을 빠지면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바텐더로 일하면서 딸의 양육비도 내야하는 타일러의 처지를 아는 교수 한 사람은 교과서를 주기도 했다.
학생들은 교과서 가격 인상에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고 말한다. 탐욕스러운 출판업자들이 책값 올리려고 표지를 바꾸기도 하고, 자기 일에만 바쁜 자아도취형 교수가 교재 목록을 너무 늦게 제출해서 중고책을 찾아볼 시간조차 없게 만들기도 한다. 교내 서점의 폭리도 문제다.
교내 서점에 손가락을 돌리는 학생들이 많지만 교과서의 이윤폭은 셔츠나 머그 같은 제품에서 남는 것보다 훨씬 작다고 전국대학서점협회 대변인 제니퍼 리버토우스키는 말한다.
연방의회에도 이 문제를 해결할 법안들이 여럿 상정돼 있다. 학교에 지원금을 줘서 대여하게 하는 것, 학비중 1000달러까지는 교과서 값으로 세금 공제를 받게 하는 것등이다.
제임스 매디슨 유니버시티는 교재 목록을 일찌감치 제출하는 교수들에게 제비 뽑기로 포상을 한다. 유니버시티 오브 버지니아의 와이즈 캠퍼스에서는 교과서 값을 그 학기내에 분할상활하게 해준다. 매릴랜드주내 각급 대학은 교과서를 더 싸게 대량구매하기 위해 새로 교과서 콘소시엄을 만들었다.
글렌 오더 버지니아주 하원의원은 대학 교과서에 워크북, CD, 기타 학생들이 사용하지도 않을 것들까지 한꺼번에 포장하지 않을 것을 원한다.
미국출판협회의 브루스 힐데브랜드는 어떤 책을 사용할지, 텍스트만 있는 간단한 것을 쓸지, 온라인 개인지도와 시험문제까지 모두 포함된 것을 이용할지는 교수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중에는 물론 교과서 값까지 포함된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도 있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어서 학생들도 나름대로 여러가지 대처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중고책을 찾아 구입하고, 다 쓴 책은 학기말에 되파는 것은 물론, 학교내 서점보다 싼 값에 온라인으로 사거나, 교수에게 도서관에 교과서 한권을 놓아두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책을 빌리거나, 복사하거나, 수업시간에 노트 필기를 잘 하고, 시험 문제가 교과서 안에서 나오지 않기를 바라기도 한다.
워렌은 디자인 클래스만 생각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교과서 없이 수강하다보니 첫번 시험은 성적이 너무 나빠 시험을 다시 봐야했다. 그렇지만 어찌어찌 학기를 다 마치고 보니 그 책을 샀던 학생들은 팔지 못해 안달을 하는 것이었다. 195달러나 내고 책을 사지 않았던 것이 너무나 다행으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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