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공장서 일하는 마사의 초점 잃은 눈동자에서 고독과 소외감이 게으름을 부리고 있다.
극장 개봉·TV방영이어 나흘만에 DVD출시
극장주 등 맹공에 “출하방식 새기준”역공
‘트래픽’(Traffic)으로 오스카 각본상을 탄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살인 미스터리 ‘거품’(Bubble)이 27일 개봉과 함께 할리웃에 격랑을 일으키고 있다.
제작비 170만달러짜리 이 영화는 소더버그가 비배우들을 써 디지털 카메라로 3주만에 촬영을 끝낸 소품.
이런 아트하우스 영화가 할리웃에 큰 논란을 야기하게 된 이유는 소더버그가 이 영화를 극장 개봉과 동시에 TV 네트웍인 고화질(HD) 네트 무비스를 통해 방영하고 이어 개봉 4일 후인 31일에 DVD(30달러)로 출시키로 했기 때문이다. 소더버그가 이런 획기적인 영화 출하방식을 취하자 할리웃 메이저의 사장들과 전미 극장주를 비롯해 소더버그의 동료인 감독 등이 일제히 소더버그를 비판하고 나섰다.
메이저 외 극장주들은 이런 극장, TV 및 DVD 동시 출하 방식은 극장손님을 대폭 줄여 장사가 안 된다는 것. 감독들은 영화구경이란 극장에서 타인들과 일체감을 느끼며 보는 특이한 경험인데 소더버그식 방식은 이런 경험을 앗아간다고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히트작 ‘찰리와 초컬릿 공장’을 연출한 팀 버튼 감독은 “동시 배급방식은 터무니없는 짓”이라며 “영화는 사업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그것을 예술의 한 형태로 취급하면서 행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나산 데미, 우디 앨런, 론 하워드 같은 감독들도 버튼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나 소더버그는 이에 반박한다. 그는 “사람들은 언제나 극장엘 가게 마련”이라며 “기술의 발달과 함께 영화 출하방식에도 새로운 기준이 설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동시 출하방식은 불가피한 현상이어서 그것이 좋다 나쁘다를 따지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말했다. 통상 영화는 극장에서 개봉된 다음 6개월 후(요즘은 4개월로 빨라졌다) DVD로 나오고 이어 HBO 등 페이 케이블로 방영된 뒤 일반 TV에서 방영하는 순서를 거쳐오고 있다.
‘거품’을 제작한 사람들은 1999년 자신들의 브로드캐스트 닷컴사를 야후에 57억에 팔아 갑부가 된 파크 큐반과 타드 왜그너. 이들은 ‘거품’을 자기들 소유인 19개의 랜드마크 영화관과 16개의 다른 아트하우스에 개봉한다. 한편 소더버그는 올해 5편의 다른 영화들을 ‘버블’식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극장, TV, DVD등 3자 동시 출하방법은 불가피한 사실”이라며 “기술이 미국인들이 연예활동을 즐기는 방식을 계속해 바꾸어가면서 결국 영화도 이 변화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버블’(5개 만점에 ★★★1/2)은 오하이오의 한 작은 마을의 플래스틱 아기 인형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세 남녀의 스릴러 드라마다. 이 동네는 가난하고 인구도 적은 곳으로 마치 죽은 도시를 연상케 한다(영화가 공포영화 분위기를 낸다).
공장서 일하는 과묵한 청년 카일(더스틴 애슐리)과 30대의 붉은 머리를 한 살이 찐 마사(데비 도버라이너)는 친구. 마사는 몸이 불편한 아버지와 카일은 TV만 보는 어머니와 사는데 마사와 카일의 각자 가족과의 관계나 마사와 카일 양자간의 관계와 대사가 너무나 따분해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카일이 마사를 친구로 대하는 것과 달리 마사는 혼자 카일을 남자로 여기는데 이 공장에 과거가 불량한 젊고 예쁜 로즈(미스티 윌킨스)가 취직하면서 마사와 카일의 관계의 균형이 무너진다. 답답하기 짝이 없던 마사와 카일의 관계 사이로 활기찬 로즈가 파고들면서 불안한 3자관계가 이뤄진다.
그런데 카일과 로즈가 데이트를 한 다음 날 로즈가 집에서 목이 졸려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둘이 데이트하는 동안 로즈의 두 살 난 딸을 돌봐준 사람은 마사. 사건의 혐의자로 로즈가 데이트 후 귀가하자 집으로 쳐들어와 마사가 보는 앞에서 로즈와 말싸움을 한 로즈의 전 애인 제이크가 지목된다. 과연 누가 왜 로즈를 죽였을까.
미중서부 도시 교외의 따분하기 짝이 없는 일상과 인간의 고독과 소외를 다룬 영화로 소더버그의 확실한 연출 솜씨가 느껴진다. 비배우들 중 특히 도버라이너(KFC 매니저다)의 연기가 뛰어나다. 성인용. 72분. 2월2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스티븐 소더버그.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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