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는 스페인어로 된 길 이름들이 많다. 흔히 볼수 있는 이름들이 San Pedro(성 베드로), Santa Monica (성녀 모니카), San Francisco(성 프란시스코) 등 주로 카톨릭 성인들의 이름이다. 거룩한 삶을 살다간 성인들을 기리고 그들의 삶을 본받기 위함이랄까.
어릴 적 도서실에서 읽은 토미 드 파울로가 쓴 ‘하느님의 광대’(The Clown of God) 란 책도 성인을 주제로 한 그림책이었다. 그것은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성인 성 지오바니(San Giovanni)의 일대기를 짧은 그림책에 담은 것이었다.
주인공은 작은 마을의 고아 소년으로 유명한 곡예단의 광대로 인기를 끌던 지오바니였다. 그가 노년에 모든 부와 명예를 잃고 거지로 떠돌다 어느 교회당에 이르러서 일어난 사건이 그 책의 주된 내용이다.
그가 머문 마을에는 신비스런 종이 있었는데 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헌물을 드렸을 때만 종이 울린다는 것이었다. 때는 크리스마스 이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가장 귀히 여기는 예물을 드렸으나 종은 울리지 않았다. 그 나라의 왕이 왕관을 벗어 바쳐도 종은 울리지 않았다.
아무 것도 드릴 것이 없는 늙은 거지 곡예사는 사람들이 다 떠난 예배당에 홀로 남아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공연을 한다. 늙어서 움직이기 힘든 몸으로 정성을 다해 평생 직업으로 웃음을 선사했던 그의 곡예를 보이자 그 신비로운 종이 아름답게 울려 펴졌다.
집으로 돌아갔던 사람들은 하나둘 다시 모여 그 광경을 보았고 평생 사람들에게 즐거운 웃음을 주었던 광대는 마지막 곡예를 아기예수께 드리고 끝마치자 마자 쓰러져 죽었다. 그때에 모인 사람들이 증인이 되어 광대 지오바니는 성인 지오바니로 추대되고 이탈리아 곳곳에 그의 이름을 딴 성전과 유적지가 만들어지고 어린아이들의 동화에까지 실려졌다.
요즘은 남가주에서도 날이 차갑다. 아침이면 얼어버린 아침 이슬을 차 윈도우에서 볼 수 있다. 이런 때면 생각나는 것이 노숙자들이다. 다행히 한인사회에는 그들에게 따스한 이불을 선물하는 마음씨 좋은 아저씨, 매일 같이 따스한 음식을 해서 전해주는 한인 어머니들이 있다. 나는 무엇으로 이웃들에게 웃음을 선사할 수 있을 까 반성 해본다.
이웃에게 웃음을 전해주는 귀한 이웃이 되기 보다 10년을 옆집에 살아도 서로 이름도 모르는 전형적인 도시인 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사랑은 나눠야 커진다는 데 우리는 부유해질수록 가슴이 차가워진다. 욕심이 빗어내는 결과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성인의 길이 많은 천사의 도시(Los Angeles)는 웃음과 미소를 전해주는 한인들이 있기에 더욱 아름다워졌으면 좋겠다. 우리가 웃음을 좋아하는 민족이라서 그런지 미국사회에서 유별나게 한인 코미디언들이 많은 것 같다 마가렛 조, 존 조, 바비 리 등.
그런가 하면 할리웃에서는 아직도 불명예스런 한인들의 이미지가 영화나 TV를 통해 보여지고 있다. 우리가 그런 부정적인 인상에서 탈피하려면, 우리로 인해 웃음이 끊이지 않는 도시를 만들어야 하겠다. 타민족을 감싸고 사랑해주는 커다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란 이미지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이 사회의 소금 같은 민족으로 남게 될 것이다.
토마스 오 소셜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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