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워싱턴에서는 잠 못 이루고 전전긍긍하는 정치인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수퍼 로비스트로 불리던 잭 아브라모프가 워싱턴 DC와 플로리다 소재 두 연방지방법원에서 뇌물공여 음모, 사기 및 세금 포탈에 대한 자신의 유죄를 시인하는 과정에서 자기와 자기 동료들이 로비 대상으로 삼았던 연방의원들에 대한 증언을 하기로 서약했기 때문이다.
이미 얼마 전에는 공화당 원내총무로 있다가 다른 사건으로 기소되면서 총무직을 임시로 내놓은 톰 딜레이 하원의원 보좌관을 지낸 바 있는 아브라모프의 동업자인 마이클 스캔론도 검찰과 그 비슷한 협상을 거쳐 유죄를 자인했기 때문에 20여 명이라고 알려진 조사 대상 의원들의 잠자리가 편할 리 없다.
아브라모프가 유죄를 자인한 문서에 의하면 그와 스캔론은 ‘하원의원 제1번’과 그의 보좌관들에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호화 골프 여행, 스포츠 경기장의 최고급 박스 시설 이용, 아브라모프 소유 고급 식당에서의 향응 및 그의 선거기금에 대한 헌금과 그를 위한 정치활동위원회들에 대한 헌금을 했다는 것이다.
하원의원 제1번은 하원 운영위원장이기도 한 로버트 네이(공, 오하이오)임이 전후 문맥으로 분명하다. 그 같은 선물공세로 로비스트들이 받아낸 것은 그들의 고객들이 원하는 법률안에 대한 지지, 고객들과의 면담, 의회 속기록에 그들의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내용, 그리고 하원에 무선 전화 설치하는 허가신청서 등이었다.
한번 했다하면 화끈하게 수십 억 내지 수천 억을 꿀꺽 삼키는 한국 풍토에 비하면 조족지혈 수준이지만 미국으로서는 그만해도 큰 문제가 되는 행동이다. 딜레이 의원도 아브라모프의 손님으로 호화 외유를 세 번 한 데다가 그의 부인이 아브라모프의 로비를 돕는 명목으로 10여만 달러를 받아 쓴 게 있기에 반대 급부성 뇌물이냐가 따져질 것이므로 이미 딜레이가 다시 원내총무로 복귀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아브라모프는 주로 도박장을 운영하는 인디안 부족들을 많이 대표했었는데 그들로부터 불과 4, 5년 사이에 8,000만 달러를 로비 자금으로 받아 흥청망청 쓰는 과정에서 전방위식으로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퍼뜨린 것이다. 부시 대통령에게 10만달러 헌금을 모아준 파이오니아 그룹에 속했지만 부시는 그 중 6,000달러만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으며 그 이전에 여러 의원들이 아브라모프로부터 받은 정치헌금을 돌려주거나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나왔다.
아브라모프는 공화당이라서 여당 의원들을 중점적으로 지원했지만 그의 정치헌금 중 34%는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살포되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방의사당 본회의장 둘레에 있는 공간이 로비이다. 유권자들이나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의원들을 만나 청원할 수 있는 곳이기에 어떤 안건의 통과를 위해 의원들을 접촉하는 사람들을 로비스트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자동차 생산업계 등 각 업계들이 자기네들 비즈니스에 영향을 끼칠 법률안이 상정되면 유리한 것은 통과가 되게, 불리한 것은 부결이 되게 의원들을 만나러 장사진을 치고 있는 게 보통이다. 또 정치활동기금, 특히 하원의원의 경우 2년에 한번씩 하는 선거에 드는 선거비용 염출하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많은 의원들이 로비스트들의 돈 공세에 약한 것이다.
아브라모프는 조지타운 법대 출신 변호사였지만 벼락부자가 되려는 욕심 때문에 일생을 망치게 되었다. 검사들은 아브라모프가 의원들 조사에 잘 협조한다는 조건으로 9년 반 내지 10년 형기를 판사에게 추천했지만 판사는 그에 구애됨이 없이 그를 30년까지 감옥에 보낼 수도 있음을 누차 상기시켰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의원들의 윤리법규와 로비스트들에 대한 연례 보고내용이 강화되겠지만 얼마 있으면 또 비슷한 사건이 벌어질 것은 과거 역사만 보아도 분명하다. 우리 모두 부당한 욕망을 경계하자. 그래야 잠자리가 편하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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