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배 하나가 태평양을 건넌다. 망향의 슬픔이, 두려움이 엄습한다. 설렘이 없는 것도 아니다. 미지의 땅에서의 새로운 삶. 그 기대에 부풀어서다. 교차되는 감정을 안고 긴 항해 끝에 배에서 내렸다. 도착한 곳은 하와이. 최초의 한인 이민들이 미국 땅에 첫발을 디딘 것이다. 1903년 1월13일이었다. 그리고 한 세기. 이 날을 연방의회는 코리안-아메리칸 데이로 선정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수많은 이민으로 세워진 나라가 미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민족을 위한 기념일을 연방의회 차원에서 제정한 건 한인 커뮤니티가 처음이다. 올 1월13일이 이처럼 ‘코리안-아메리칸 데이’ 원년으로 선포된 것은 참으로 지대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한인 커뮤니티의 존재가 그만큼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 그렇다. 102명으로 시작된 한인 이민이다. 미주의 한인 수는 그렇지만 오늘날 200만명을 훨씬 넘기고 있다. 그 양적 팽창과 함께 여러 분야에서 괄목할 진출을 했다. 코리안-아메리칸 데이 선정은 미국 사회가 한 세기 이민역사를 통해 한인이 이 사회에 기여한 것에 대한 훈장일 수 있다. 동시에 이 사회의 성숙한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미주 한인에게 뿌리의식을 심어주고, 그럼으로써 또한 보다 확고한 정체성 확립의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초라하게 시작된 출발일지라도 선조의 삶을 기억하는 건 중요하다. 역사의식 없이 정체성 확립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코리안- 아메리칸 데이’ 선정은 이런 면에서 분명 한인 이민사의 한 획을 긋는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이 날을 맞아 한인 사회는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LA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가 코리안-아메리칸 데이를 공식 선언하는 가운데 곳곳에서 태극기 게양 행사가 열린다. 한국 문화를 알리는 행사 등 온갖 기념행사도 줄을 잇는다. 경하할 일이다. 그러나 이로 그쳐서는 안 된다. 이 땅에 주인으로서 문화 창달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문화를 미국이라는 다양한 문화에 이식시키는 활발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 커뮤니티가 하나가 되는 코리안-아메리칸 데이 원년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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