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재단 입양인 모국 체험 영상물 제작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이광규)에서 지난 해 8월 17일부터 26일까지 열흘간 미국, 호주, 스웨덴 등 9개국 48명의 한인 입양인을 초청해 한국에서 실시한 모국 문화 체험 연수 전 일정을 담은 영상물이 제작 배포됐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있는 한인 입양인들에게 한국의 역사와 언어 등 모국의 문화를 접하게 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입양인의 정체성 확립에 도움을 주기 위해 기획된 모국 문화 체험연수 프로그램은 올해는 특히,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입양인들과 16명의 양부모들도 함께 초청돼 그 의미를 더했다.
입양인들이 한국을 배우고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약 한 시간 분량의 이 영상물의 제목은 송어나 연어가 바다에서 거슬러 올라와 알 낳을 곳으로 삼는 하천이라는 뜻으로 쓰이는‘모천’이다.
지난 8월 17일, 자신의 두 번째 모국을 출발한 48명의 입양인들은 짧게는 18년에서 길게는 30여년의 세월을 날아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 발을 디딘다. 인천공항에서 서로에게 서먹한 인사를 건네는 이들은 각자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다. 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나라’라는 이곳 풍경은 자신이 지금껏 살아왔던 세계와도 다르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입양 한인’이라는 공통분모 속에 하나로 존재하고 있다.
‘언어를 알아야 문화를 알수있는 법’ 프로그램의 첫째 날인 8월 18일 입양인들은 기본적인 한국어를 익혔다. 몇몇 입양인들은 이미 한국어에 대해서 기초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입양인들에게 한글은 생소한 것이었다. 쓰기도 어렵고 발음은 더욱 어렵지만 노트에 한글자 한글자 기록하는 이들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해 보였다.
한국어 교육을 마친 이들은 자신들의 출발점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바로 홀트 아동복지회. 이곳을 통해 현재 가정으로 입양된 이들에게 홀트 아동복지회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곳에서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갓난아기들을 보면서 입양인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도 과거에 저 아이들처럼 친부모에게 버려졌으리라.
이곳에서 몇몇 입양인들은 친부모를 찾기도 하고 어린 시절 자신을 돌봐주었던 위탁모와 재회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다음날 입양인들은 세계적인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선생의 작업실을 찾았다. 한복의 아름다운 색상과 단아함에 감탄하는가 하면 입고 벗기 불편한 한복이 영 익숙하질 않은지 ‘예쁘지만 너무 덥다’라며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기도 했다.
4일째 되는 날에는 한국음식을 배우기 위해 경기대학교를 방문했다. 이들이 배운 요리는 만두.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 반 기대 반인 표정의 이들에게 강사 선생님이 해주신 ‘만두를 잘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는 한국 속담과 요리실습은 재밌고도 새로운 것들이었다.
입양인들은 이밖에도 권양숙 영부인의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뿐 아니라 한국의 헌법이 만들어지는 국회방문과 민속촌관람, 전통무술 태껸 및 전통공예 한지제조 등을 직접 체험했다. 신명나는 사물놀이 공연도 구경했고 비록 마음먹은 대로 되진 않았지만 단소불기에도 도전했다. 안면도에 가서는 넓은 수산시장에서 싱싱한 회도 먹고 ‘이상한 냄새가 진동하는’ 말린 오징어도 맛봤다.
역사 교과서를 통해서만 보던 이억 만리 모국의 분단 현실을 임진각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입양인들은 ‘왜 한국은 둘로 갈라져 있을까’하는 의문을 품기도 했다. 망원경으로 북녘땅을 열심히 살펴보던 입양인 조경숙씨(호주)는 “왜 이렇게 남, 북이 둘로 나눠져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그냥 소주 한 병 가져가면 모두 행복해질 수 있을텐데...”라고 말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밤 입양인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들이 열흘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이처럼 살가운 사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지금껏 자신이 살아오던 세계와는 달리 한국에서 만난 친구들은 자신과 동일한 생김새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 아닐런지.
독일에서 참가했던 릴리안 나현 테일러씨는 항상 남들과 다른 모습으로 인해 아시아에서 온 이방인으로 놀림을 당할 때는 한국인임을 부정하고 싶었다며 이번 연수를 통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한국에 대한 느낌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대원 해외입양연대 사무총장은 말한다. “한국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서 한인 입양인들이 그들 자체로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도 모두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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