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 한사람으로 온 국민이 열광하고 흥분했던 2005년도 이제는 실망과 의혹을 안고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한때 황우석 교수의 첨단 배아 줄기세포 연구로 불원간 한국이 생명공학의 돈방석 위에 앉게될 꿈을 꾸며 정부와 국민은 ‘황우석 신드롬‘을 일구어 내었다.
그것은 분명 수년전 월드컵 축구에서 ‘4강’의 신화를 창조했던 ‘대~ 한민국’의 열기보다 더한 열광이었다. 그 뜨거운 열기는 MBC ‘PD수첩’의 난자 채취 윤리 문제와 줄기세포 연구 ‘진위’ 의혹제기를 마치 나라를 망칠 매국노(?) 인양 성토했다. 그때만 해도 황우석 교수는 그 누구도 손 댈수 없는 성역이요, 우상이었다.
그처럼 거대했던 ‘황우석 신드롬‘의 우상이 이제 스스로 무너져가고 있다. 그토록 자랑스러웠던 사이언스 지에 실린 업적에 실은 인위적인 조작이 개입됐다는 황교수 본인의 실토와 함께 논문 취소화 되면서 황교수와 그가 행한 연구가 진짜인지, 아니면 가짜인지 밝혀지기 위해 도마 위에 올라있다.
진리는 밝혀지기 마련이기에 불원간 서울대 진상 조사위에서 가려내겠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온 국민이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것은 어떤 사안이든지 업적과 경쟁을 중시하는 성과 제일 주의는 수단과 방법을 무시하기 쉽다는 사실이다.
한국이 단기간에 경제선진국이 되고 세계 유수의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드러난 업적주의와 경쟁을 우선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반인간적이고 반사회적인 부작용이 있었음을 겸허히 직시하고 반성해야 한다. 왜냐하면 경쟁과 성과는 기업경영의 양대 바퀴지만, 지금은 수레처럼 두 바퀴로 가는 시대가 아니라 자동차처럼 네 바퀴로 가야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 새로운 두 바퀴는 인간 존중과 사회윤리 정의다.
이번 황우석 교수의 연구과정에 대한 논란을 보면서, 윤리의식과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인식 부족이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음을 절감했다. 그 좋은 예가 바로 ‘난자 채취’ 논란이다. 한달에 한번씩 배란되는 자연법칙을 외면하고, 배란촉진 주사를 통해 한번에 수십개의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난자제공자들에게 올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사전 연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만일 난소암 같은 부작용이라도 발생한다면 이건 심각한 인권 윤리와 생명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하에서 가족 중에 불치병 환자가 있는 여성이 자기 난자를 제공하고 싶어하는 심정은 이해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열광하는 들뜬 군중심리에 휩쓸려 여학생이나 여배우들 1,000명이 넘는 자원 제공자가 나선 것은 ‘황우석 신드롬‘이 불러온 부작용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외국에서는 약 하나 개발하더라도 혹시나 부작용이 있을까봐 수년에 걸쳐 동물실험과 임상실험을 마친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무시하고 세계 최초(?)라는 목표 하나에만 집념하는 황우석 교수의 과학자로서의 양심에 심한 불안감이 간다.
우리는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을 내세워 전 독일 국민을 열광시켰던 ‘히틀러 신드롬‘의 종말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 개인의 영웅주의는 자칫 무서운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양심적인 과학자와 종교인들은 황교수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깊은 우려를 줄곧 표시하면서, 생명의 존엄성과 윤리 그리고 인류복지의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성체 줄기세포 연구를 계속 권장하고 있다. 온 국민이 ‘황우석 신드롬’에 휘말렸던 국민감정을 이제는 자제할 때라고 생각한다.
김재동
한미 인권연구소 LA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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