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한인타운 한복판인 로렌스길과 플라스키길이 만나는 남동쪽 코너에는 크고 작은 사고로 파손된 차들이 줄지어 들어갔다가 며칠 뒤, 깔끔하게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 나오는 곳이 있다. 18년 동안 자동차 바디 수리에만 젊음과 열정을 바쳐 온 김재창 대표가 운영하는 ‘프로 오토 바디 샵’이 바로 그곳이다.
힘 안들이고 편안히 사무실에 앉아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업종이 없나하고 많은 이들이 고민하고 있지만 땀 흘려 일했을 때 확실한 성과가 보장되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지난 1985년 25세의 나이로 혈혈단신 미국으로 갓 이민왔던 김재창씨는 로렌스 거리를 거닐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역시 미국에는 세계 각지에서 생산된 자동차들이 질주하는 자동차 왕국이구나! 어려서부터 자동차를 좋아했던 그는 자동차 정비 쪽으로 일을 배워 보려고 했으나 몸담고 있던 정비소의 한인 대표로부터 앞으로 점점 차가 잘 만들어지고 정밀해져서 고장나는 일은 적어지지만 아무리 좋은 차도 운전 부주의로 사고는 나기 마련이므로 자동차 정비보다는 바디 분야가 전망이 좋을 것 같다는 충고를 받았다.
15년 동안 자극성 높은 페인트 냄새를 맡아가며 고생도 많았지만 일그러진 차체를 감쪽같이 원래대로 돌려놓는데 젊음을 투자했던 김씨가 그렇게 쌓은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3년전에 직접 문을 연 매장이 바로 ‘프로 오토 바디 샵’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직스럽게 버텨내서 자동차 바디 업계에서 꽃을 피워보고 싶다는 소박한 생각을 하며 이겨냈습니다. 남에게서 기술을 배우고 익히다 자신만의 샵을 갖게 되는 것이야말로 자동차 바디 업계의 꽃을 피우는 것 아닙니까.
한국 바디 샵과 더불어 세 군데의 딜러 샵에서 전문적으로 기술을 익힌 김 대표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프레임, 바디, 페인트로 작업을 세분화시켜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그 과정을 책임지게 하고 있어, 한 사람이 총괄적으로 하는 것 보다 더 효율적이고 완벽한 결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 김재창 대표가 18년 동안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모든 작업을 총감독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는 자동차 외관을 수리한다는 것은 사고가 난 부위만 손보는 눈속임이 아니라 굉장히 섬세하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며 차가 받힌 위치나 얼마만큼의 손상을 입었느냐에 따라 수리 방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요즘 최신 차량의 고장이 줄어들면서 정비업을 하다가 바디로 업종을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차량 내부 정비와 외형 복구는 각각의 특성이 다른 별개의 분야이다. 정비와 바디를 동시에 하거나 정비를 하다가 바디로 바꾼 것이 아니라 바디만 전문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프로 오토 바디’는 기술력에 있어서는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자동차 바디 업은 보이지 않는 곳까지 정성을 쏟아서 고쳐 놔야 됩니다. 뼈대를 고치지 않고 겉에만 잘 꾸며 놓으면 결국은 차 수명도 단축되고 손상이 치유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치 사고난 사람을 외과 수술하는 것과 같은 셈입니다.
결국 자동차 바디 샵은 특별한 마케팅 보다 투철한 장인 정신과 고객에 대한 신용이 생명이다. 정확한 날짜를 지켜주고 애프터 서비스를 충실히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고객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차를 원상 복구해 놓으면 입 소문이 저절로 퍼져서 소개와 소개를 통해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프로 오토 바디 샵’에서는 고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값을 무턱대고 깎아주고 대충 고쳐 주는 것이나 초대형 매장과 최신 시설을 갖추고 완벽하게 복구한다고 하면서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을 제시하는 것 모두 손님 입장에서는 썩 내키지 않게 마련이다. 김재창 대표는 고객들이 지나치게 값을 내려 달라고 하지 않을 만큼 정직한 가격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자동차 바디의 소재와 컬러가 다양해지고 있고 차체 구조 자체가 정밀해지고 있어서 정성껏 작업하지 못하면 완벽한 원상 복구가 힘들어 지고 있다. 생산회사, 연도, 모델마다 컬러 종류 만 해도 수백 가지나 되고 있다. 김재창 대표는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이 없으면 도태된다는 생각으로 아직도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며 완파된 차가 들어왔는데 힘든 작업을 마치고 멋지게 잘 나온 모습을 보면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고 힘주어 말했다. 시카고에서 제일 큰 매장을 열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는 김재창 대표는 오늘도 파손된 차량을 살리고자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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