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에 은행이 너무 많이 생기고 있지 않은가 하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새롭게 생기는 은행들 때문에 은행간 경쟁이 너무 심해지면 실패하는 은행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질문도 받는다.
간단하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그러나 한인은행 주식에 대한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점을 요약함으로써 대답을 대신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의 은행업은 크게 보아 시장경제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정부당국은 은행업도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서 발전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믿고 있다. 이점은 미국이 유럽과 아시아와 다른 점이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주로 대형 은행 중심으로 은행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미국에는 수없이 많은 작고 큰 은행들이 영업을 하고있다. 덕분에 한인사회와 같은 소수민족 사회에도 많은 신설은행들이 생기게 된 것이다.
20여년 전 한미은행이 처음 생겼을 때 한인사회의 시각이 매우 부정적이었던 사실을 기억한다. 그러나 오늘날 한미은행을 위시해서 나라, 중앙, 윌셔 등 선발은행들은 미국 유사규모의 은행들의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성장을 했다.
이러한 배경을 놓고 볼 때 한인사회에 은행이 너무 많다고 단정하는 것은 매우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신설은행이 과당경쟁을 유발한다는 생각은 기존은행들이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욕심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보아야 한다.
시장경제는 기득권에 집착하는 데 급급한 기업들이 신진기업에 패배하는 사례를 수없이 보여주고 있다. 세계적인 미국의 대기업들이 사양길을 걷고 있는 것을 보고 배워야 할 것이 많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한인 은행계의 장래에도 지각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시장경제의 섭리이자 시련이다.
근래 한인사회에서 신설 은행에 대한 투자수요가 매우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신설은행의 주식가격이 앞으로 많이 상승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이러한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인 견해는 현명한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다. 과거에 한인은행들이 급성장한 역사가 앞으로도 되풀이된다는 보장이 없다.
신설은행들은 기존은행에 비해서 훨씬 어려운 과제를 안고있다.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전략과 노력이 필요하다. 대출활동에서 위험부담도 더 커지기 마련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부실융자가 증가하게되고 규모가 작은 은행이 먼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한인은행들의 영업성적이 좋았던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한인은행들이 부동산융자를 선호했고 부동산경기가 꾸준히 상승해 왔기 때문에 은행의 성장과 융자자산의 질적 수준도 좋았다. 앞으로 부동산시장이 냉각하면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고 부실자산도 증가하게 된다. 무리하게 부동산 융자를 한 은행의 주식가격은 양면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둘째, 미국의 한인경제는 한국의 경제와 많이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제규모가 빠른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인경제는 한국에서 오는 투자, 무역, 관광 등 수요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한국특수가 한국은행들의 독점이 될 수가 없다. 이미 미국의 대형은행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고 한국팀을 만들어 시장개척을 하고 있다.
한인은행들이 전반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큰 문제점이 또 하나 있다. 한인은행들이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에 훈련된 은행원들이 매우 부족하다. 준비되지 못한 은행원들이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으니 은행의 행정관리와 자산관리에 허점이 많다.
특히 911 이후 은행에 대한 감독과 규제는 가일층 증가하고 있어 은행원의 자질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까지는 은행의 수익성이 좋아 큰 문제는 생기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은행영업이 어려워지면 이익이 감소하게되고 자본금의 축적이 줄어들게 된다. 그렇게되면 감독기관의 감사와 규제는 반대로 증가하게된다. 한인은행들은 세월이 좋을 때 비오는 날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벤지민 홍
한인가정상담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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