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마자르샤리프의 새벽장은 시금치, 무, 비트 같은 야채를 사고 파는 상인들로 분주하다. 탈레반 시절에는 긴 가뭄으로 채소를 구하기도 어려웠다.
중고차·셀폰 카불의 새 풍경
2백여 한인 봉사자들 땀방울
미주 한인 언론으로서는 처음으로 본보 사회부의 이의헌 기자가 총성과 재건의 구슬땀이 공존하는 아프가니스탄을 취재했다. 현지 식량구호를 위해 콩 심기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한인 비영리단체 NEI(Nutrition, Education, and International) 활동 보도차 현지에 파견된 이 기자는 통신시설 파괴로 외부 연락조차 쉽지 않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생생한 1신을 보내왔다.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나라. 지구에서 지뢰가 가장 많이 매설돼 있는 나라. 배고픈 농부들이 밀 대신 양귀비를 재배하는 나라. 25년 동안 계속된 전쟁과 내전으로 완전히 파괴된 땅 아프가니스탄.
미군의 공습으로 혹독한 탈레반 정권이 붕괴된 지 4년이 지나면서 세상이 알고 있는 이런 아프간의 처참한 겉모습은 급속히 변하고 있다. 그러나 한 평생을 전쟁과 함께 살아온 아프간 사람들의 깊은 상처가 치유되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공항을 장식하고 있는 롤렉스와 오메가 벽시계만으로도 도시의 화려함을 짐작할 수 있는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두바이. 사치스런 두바이 공항과 어울리지 않는 아프간 민간항공 캄에어의 중고 비행기는 그래도 이륙 2시간만에 카불 국제공항에 안착했다. 오사마 빈 라덴이 숨어 있다는 칸다하르 고원과 전설적인 무자헤딘 용사들이 소련군과 탈레반에 맞서 싸웠던 힌두쿠시 산맥의 끝자락에 자리잡은 수도 카불. 카불에서 가장 먼저 일행을 맞은 것은 쉴새 없이 불어오는 흙먼지와 쓰러져 가는 간이 공항청사였다.
숙소로 향하는 미니밴 속에서 먼지 낀 뿌연 창을 통해 바라본 카불 시내 전경은 TV 프로그램 ‘그 때를 아십니까?’에서나 봤음직한 50∼60년대 한반도의 그 것과 다름없었다.
일본 정부가 무상 지원해 카불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50만대의 중고 코롤라와 전쟁으로 파괴된 유선 통신시설을 대신해 시민들의 손에 하나씩 들려 있는 셀폰. 시간이 멈춘 이 도시에서 우리가 21세기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증거하는 것은 이 두 가지가 전부다.
<2면에 계속>
아프간 사람들의 기질은 한민족과 많이 닮았다.
가부장적이고, 자존심 강하고, 다혈질적이지만 따스함을 간직하고 있다. 자신들의 땅에서 재건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유엔과 세계 각국의 NGO에 대해 상반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초대 장애인부 장관을 역임한 압둘라 워덱은 “아프간의 안정은 세계가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에게 관심과 지원을 보내주느냐에 달려 있다”면서도 “장애인부 장관으로 3년 동안 유엔 및 각종 NGO와 일하면서 단 1달러의 도움도 못 받았다”고 말했다.
25년 동안 무자헤딘에 참여해 부사령관까지 지낸 그는 “국제사회는 자신들이 모든 걸 통제하고 싶어하지만, 평생 전쟁만 배운 아프간 사람들이 실수를 통해 우리의 국가를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전쟁과 쓰나미, 카트리나, 파키스탄 대지진 같은 대형 참사가 계속되면서 지구의 끝에 위치한 아프간은 점점 잊혀지고 있다. 이 곳에서 200여명의 한인이 아프간 재건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일 것 같다.
땅 끝에서 의사로, 간호사로, 군인으로, 외교관으로, 건설업자로, 교육자로, 사업가로 한민족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그들은 한 목소리를 낸다.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LA 출신으로 국제 NGO IACD(International Asian Culture and Development)의 아프간 디렉터를 맡고 있는 한종철(61)씨는 “아프간 사람들은 6.25를 겪은 한국의 경제발전을 닮고 싶어한다”며 “이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손을 뻗을 때”라고 말했다.
본보 이의헌 기자가 오랜 전쟁으로 완전히 파괴된 카불의 옛 궁전터 앞에 서있다.
아프간 사람들의 기질은 한민족과 많이 닮았다.
가부장적이고, 자존심 강하고, 다혈질적이지만 따스함을 간직하고 있다. 자신들의 땅에서 재건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유엔과 세계 각국의 NGO에 대해 상반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초대 장애인부 장관을 역임한 압둘라 워덱은 “아프간의 안정은 세계가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에게 관심과 지원을 보내주느냐에 달려 있다”면서도 “장애인부 장관으로 3년 동안 유엔 및 각종 NGO와 일하면서 단 1달러의 도움도 못 받았다”고 말했다.
25년 동안 무자헤딘에 참여해 부사령관까지 지낸 그는 “국제사회는 자신들이 모든 걸 통제하고 싶어하지만, 평생 전쟁만 배운 아프간 사람들이 실수를 통해 우리의 국가를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전쟁과 쓰나미, 카트리나, 파키스탄 대지진 같은 대형 참사가 계속되면서 지구의 끝에 위치한 아프간은 점점 잊혀지고 있다. 이 곳에서 200여명의 한인이 아프간 재건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일 것 같다.
땅 끝에서 의사로, 간호사로, 군인으로, 외교관으로, 건설업자로, 교육자로, 사업가로 한민족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그들은 한 목소리를 낸다.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LA 출신으로 국제 NGO IACD(International Asian Culture and Development)의 아프간 디렉터를 맡고 있는 한종철(61)씨는 “아프간 사람들은 6.25를 겪은 한국의 경제발전을 닮고 싶어한다”며 “이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손을 뻗을 때”라고 말했다.
카불, 아프간
이의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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