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타카’(Gattaca). 1997년 상영된 공상 과학영화다.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라 사람의 사회적 위치가 결정되는 미래를 그렸다. 태어나면서부터 평생 앓게 될 질병을 집어낸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국제 컨소시엄이 미래의 인간사회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기 위한 기초작업을 완성했다. 궁극적으로 인간 개개인의 유전자 검색을 통해 어떤 질병에 걸릴 징후가 있는지 미리 알아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러한 프로젝트의 목적은 질병의 위험에 맞서는 데 있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이를 소개했다.
인간 게놈 지도 활용해 타고난 질병 요인 파악
인간 유전자 가운데 0.1%가 개개인 특성 결정
아직 초기단계 불구 난치병 치료약 개발 기대
인종 따른 ‘차별화된 의료행위’ 현실화 우려도
지난 10월27일 창립 3주년을 맞은 ‘국제 햅맵 컨소시엄’(International HapMap Consortium)이 100만개가 넘는 유전자 지도인 포괄적인 인간 게놈 목록을 발간했다. 두 사람의 유전자는 99.9%가 동일하다. 하지만 남은 0.1%의 차이가 엄청난 결과를 낳는다. 바로 이 0.1%의 차이가 천식, 당뇨, 암, 심장질환, 편집증 등 수많은 질병에 걸릴 위험도를 확정짓는다.
‘햅맵‘ 자료는 누구나 자유롭게 접할 수 있다. 연구자들이 이 자료를 이용해 개개인이 질병에 걸릴 위험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자료가 공개되면서 제약회사들은 무척 고무됐다. 질병의 원인을 집중 연구해 발병을 막는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노바티스 AG’의 기업연구소장 폴 헐링은 “이러한 정보는 약을 개발하는 기존의 방법을 완전히 뒤바꾸는 것”이라며 “개개인에 따른 맞춤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제약회사들이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햅맵‘ 자료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는 10년에서 길게는 20년이 걸릴지 모른다.
그러나 의사들은 5년 내 환자의 유전자를 검사해 유전자의 사소한 차이점이 다양한 약들에 대해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지 파악할 수 있을 수도 있다고 국립게놈연구소의 프랜시스 콜린 박사는 전망했다. 콜린스 박사는 결국 개개인의 유전자가 모두 의료기록에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전망은 2001년 인간 게놈 지도가 완성되면서 무르익었다. 하지만 아직 단언하기엔 이르다는 게 일반론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2만2,000개 정도의 유전자는 인간에게 공통된 것이다. 문제는 미세한 부분이지만 인간의 개개인을 구별하게 만든 차별적 유전자인데 이는 아직 충분히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2001년 유전학자들이 문제의 차별적 유전자들이 규칙적으로 블럭을 형성해 모여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블럭들이 같은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데 착안해 이들을 차별적 유전자 연구의 기초로 삼았다. 질병에 대한 반응을 연구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동일한 질병을 앓는 사람들에게서 이 차별적 유전자 블럭이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당뇨와 같은 질병은 생활방식이나 환경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지만 유전자의 반응을 통해 발병 요인에 손을 미리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햅맵 컨소시엄’에는 미국, 일본, 중국, 나이지리아, 캐나다, 영국 등에서 민간 그룹과 정부기관이 15개가 공동 참여했다. 중국의 한족, 일본 도쿄 인근 거주자, 나이지리아의 요루바 부족, 유타의 북유럽 이민자 후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들의 유전자 269종을 추출했다.
비판자들은 이처럼 인종별로 유전자를 검사하는 것은 자칫 인종별로 상이한 의료행위를 잉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존스 홉킨스 의대 유전학과 아라빈다 카크라바티 박사는 의료행위에 있어서 인종적 차별화를 해서는 안 되며 ‘햅맵 컨소시엄’도 이와 같은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햅맵 자료를 활용해 유전자와 질병의 연관성을 연구해 온 한 연구자 그룹이 지난 3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아직 예비 결과이긴 하지만 상당히 주목된다. 노년 시력감퇴 위험을 현저하게 증가시키는 유전자를 발견한 것이다. 최악의 경우 장님이 되게 하는 이 질환을 다룰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게놈 프로젝트의 진전을 보면서 공상 과학영화 ‘가타카’에서와 같은 미래가 현실화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콜린스 박사는 “연방법으로 유전자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제시했다. 이와 유사한 법안이 연방 상원을 통과했지만 아직 하원에서는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영화 ‘가타카’를 하원의원들이 한번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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