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년만에 1천개에서 450개로 급감
▶ 김광정 전교수 실사자료
과거 시카고 한인상권의 주축을 이루었던 시카고시 남부 한인업소수가 15년전에 비해 절반이하로 줄어드는 등 쇠퇴기를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커뮤니티 동향을 10여년간 연구해온 김광정 전 웨스턴 일리노이대 교수는 9일, 지난 8월부터 한인상우협의회(회장 박영식)와 공동으로 남부지역 한인 상가를 실사한 내용을 중심으로 흑인 인구와 한인 상권의 변동에 관해 발표했다.
김 교수는 8월 중순부터 5주 동안 남부 지역을 돌며 그동안의 자료와 주소록을 바탕으로 한인 상가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방문해 본 결과 한인 비즈니스 오너는 284명 발견했다고 한다. 이 사람들이 운영하는 업소는 326개였다. 주요 지역 별로 살펴보면 매디슨 플라스키 29개, 로즈랜드 커뮤니티 지역(111-112 미시간 애비뉴) 26개, 차탐 커뮤니티 지역(7800-8600 카리지 그로브와 79-87가) 18개였다. 업종은 뷰티 서플라이, 옷, 신발, 미용실, 셀폰매장, 세탁소 순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발견된 업체가 전체 업소의 75%가량된다고 가정할 때 남부 한인업소수는 2005년 현재 400~450개 가량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이 수치는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에 한인 상가 제일 많아서 1000개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15년만에 절반이하 수준으로 급감한 셈이어서 남부 한인상권이 크게 쇠퇴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시카고시 남부 한인상권의 역사를 보면 1970년부터 1990년까지는 팽창기, 1990년부터 2005년까지는 쇠퇴기로 규정할 수 있다. 팽창기에는 한인 이민자 수 자체가 늘었다. 이민법이 1965년에 통과되고 이민자 수가 증가되기 시작해서 1970년부터 이민자수 1만명을 돌파해서 1985~87년 3만5천명대를 최고조로 1992년에 다시 1만명대로 떨어졌다. 이렇게 증가한 한인 이민자들은 대학 졸업 이상의 중상류 층 가족단위였다. 이민자들은 1960~70년대 당시에 후기 산업사회로 넘어가면서 공장들이 문을 닫고 흑인 노동자들이 대거 실업에 빠져 구매력이 떨어지자 흑인지역에서 빠져나간 이탈리아계 백인 상인들을 대체해 흑인 상권에 침투했다한 것이 김교수의 지적이다. 더욱이 한인들은 당시 한국에서는 수출 주도 산업을 육성하며 흑인들에 잘 팔릴 수 있는 가발을 비롯해 옷, 신발, 핸드백 등을 한인 도매상을 통해 독점 입수하며 흑인 지역에서 팔게 됨으로써 터전을 마련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들어 상황은 반전됐기 때문에 흑인 지역 한인 상권도 쇠퇴하기 시작했다. 먼저 흑인 인구수 자체가 감소했다. 매디슨 플라스키의 흑인 인구수는 1970년에 4만8천여명에서 2000년에는 2만3천여명으로 감소했고 로즈랜드는 6만3천여명에서 5만3천여명, 차탐은 4만7천여명에서 3만7천여명으로 줄었다. 흑인들의 소득도 줄었다. 또한 인도·파키스탄, 아랍계 상인들도 흑인 지역에 많이 진출했고, 백인 상인들도 월그린 같은 대형 체인 스토어 통해 흑인 시장에 다시 진출해서 경쟁이 심화됐고 한인들 간의 경쟁도 과열됐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한국 물건도 고국에서 싼 인건비로 만들어진 저가 상품도 아니다.
더욱이 90년대 이후 이민 오는 한인 수도 줄어들었고 이민자 중에도 한국에서 바로 오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거주하다가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들 비율이 높아졌는데 이런 사람들은 흑인 지역에서 영세 비즈니스 하려는 생각을 잘 안하는 편이다. 왜냐면 한국 경제 성장도 높아져서 갖고 오는 자본금도 있고 LA 흑인 폭동 등을 목격하며 흑인 상대 영업에 회의감도 생겼기 때문이다.
김광정 교수는 결국 남부 지역의 한인 상가 수는 계속 더 줄어들 것 같다는 것이 미래에 대한 전망이라며 방문했던 한인 업소의 90%이상의 상인들이 미래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대답을 했다고 전했다. 그 일대의 부동산을 직접 소유한 채로 비즈니스 하는 일정 수의 상인들과 55세 이하의 비교적 젊은 상인들과 20~30대의 셀폰 매장 오너들 정도가 상권을 유지할 것 같고 나머지는 업주의 고령화와 불경기로 인해 문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지역적으로는 잉글우드 한인상권에서 옮겨간 카리지 그로브와 87번가의 상권이 잘 활성화되면 잠재력 높으나 백인들도 이곳에 대형 그로서리 등을 열며 맹렬히 진출하고 있어 쉽지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흑인들을 상대로 했던 1세들의 영세 소매업은 한인사회의 주력 업종에서 점차 퇴장할 것이고 자본력을 갖춘 한인들이 대형 소매업이나 도매업으로 재정비되고 1세들이 교육에 힘쓴 2세들은 변호사, 의사, 교수 같은 전문직종에 종사하며 주류사회로 동화되는 과도기에 와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결론이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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