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몸이 여린 애쉴리 번즈(14)는 꿈을 이뤘다. 파란 리번으로 머리를 뒤로 묶어 내리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내는 번즈는 지난 7월 낭보에 기쁨을 가누지 못했다. 매서추세츠 메드포드 직업기술 고등학교의 응원단(cheerleading squad)에 뽑혔다는 소식을 접했다. 모두들 부러워하는 일이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최근 이 얘기를 소개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번즈와 그녀의 친구는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고는 뚜껑 없는 차에 타고 동네를 두루 돌았다. 응원단에 합류하고 1주일이 지났다. 번즈는 ‘더블다운’(double down)으로 불리는 묘기를 연습했다.
14세 소녀 공중돌기 연습하다 장 파열 숨져
2004년 2만5천명 골절·탈구로 응급실 신세
20개 주는 ‘스포츠’ 간주해 안전 규정 강화
나머지 주들은 그저 ‘활동’ 취급 규제 느슨
경험 적은 일부 코치들 고난도 연습 종용도
더블다운’은 이렇게 한다. 4명의 단원이 밑에서 번즈를 떠받쳐 위로 올린다. 단원들은 번즈의 한쪽 발을 잡고 중심을 잡아준다. 번즈는 공중으로 올라간 뒤 두 번 몸을 비틀어 돈 뒤 밑에서 팔을 벌리고 기다리는 단원들에게 등 쪽으로 내려 안기는 묘기다.
그런데 번즈가 등 쪽으로 내리지 않고 배 쪽으로 내렸다. 위가 심하게 충격을 받았다. 번즈의 비장(지라: spleen)이 터졌다. 한 시간이 지났다. 번즈가 숨을 거두었다. 번즈의 죽음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가족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번즈의 응원단 친구가 웹페이지를 통해 “번즈야, 너는 너와 내가 좋아하던 것을 하다가 세상을 떠났구나!”라는 위로의 말을 하는 정도였다.
치어리더들은 운동을 많이 해야 하고 강도도 높다. 과거 확성기를 들고 응원하던 시절과는 딴판이다. 치어리더 개개인이 몸으로 수많은 관객들을 이끌어가야 한다. 힘들어도 치어리더의 인기는 날로 높아간다. 사회에서 치어리더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자리잡아가면서 능력 있는 치어리더를 양성하려는 노력도 배가한다. 그러다 보니 안전사고가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할 관계기관은 움직임이 미지근하다.
제품안전위원회에 따르면 골절상을 입거나 팔, 어깨가 빠지는 탈구 현상으로 응급실을 찾은 치어리더의 수가 1994년 1만5,700명이었다. 그런데 이 수가 2004년 2만8,400명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물론 치어리더의 수가 전국적으로 약 150만명으로 증가해 그만큼 부상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위험한 묘기를 연습하다 다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게다가 두개골이나 척추가 손상되는 심한 상황이 점차 증가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립 스포츠 치명상 연구소에 따르면 1983년부터 2004년까지 고교와 대학 여학생 운동선수 가운데 101명이 두개골 또는 척추 부상을 입었는데 이 가운데 55%가 치어리더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번즈처럼 응원연습을 할 때 공중으로 부양해 고난도의 묘기를 보여야 하는 경우에는 부상 당할 확률이 훨씬 높다. 국립 스포츠 치명상 연구소의 로버트 칸투는 “번즈처럼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눈을 끌어야 하는 묘기는 그냥 바닥에서 묘기를 펼쳐 보이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했다.
이 묘기가 이처럼 위험한 데도 일부 경험 부족한 코치들이 이 묘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학생들에게 연습을 허용하거나, 아니면 적극적으로 권장하기도 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칸투는 지적했다. 일부 코치가 이렇듯 잘못된 방향으로 분위기를 형성하니 실력이 되지 않는 학생들까지 어려운 묘기를 익히려고 연습을 하게 되고 불필요한 안전사고가 발생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일부 부모들이 보다 강력한 규정을 마련해 학생들이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캠페인을 전개해 인디애나의 경우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다. 그러나 규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연방정부가 설정한 규정을 주정부에 강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20개 주는 치어리딩을 ‘스포츠’로 간주해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하지만 다른 주들에서는 그저 ‘활동’(activity) 정도로 간주하고 있다. 이들 주에서 안전규정이 느슨한 건 당연하다.
그나마 학교 응원단은 조금 낫다. 개인자격으로 올스타 대회에 참가하는 치어리더들은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다행히 얼마 전 우후죽순 격으로 치러지던 올스타 치어리딩 분야에서도 창구를 일원화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대학 치어리더들도 사고가 잦아 의료보험에서 쫓겨날 위기에 직면하자, 전국 대학스포츠협회가 칼을 빼들었다. 2006년 8월부터는 엄격한 규정을 따르도록 했다.
안전교육을 받은 코치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위험한 묘기를 제한하는 등의 규정이다.
12학년인 캐티 위긴톤은 경쟁을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안전하게 하고 싶어했다.
공중묘기를 연습하다 잘못 떨어져 목이 삐끗한 경험이 있는 위긴톤은 더 이상의 부상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공중 묘기를 연습하다 비장 파열로 숨진 번즈에게는 두번째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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