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US오픈 골프대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의 베스페이지(Bethpage) 골프코스 1번 홀. 갤러리들은 세계 최고의 골퍼들이 소개될 때마다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있다.

타이거 우즈, 비제이 싱에 이어 앳된 얼굴의 앤드류 김이 소개된다. 쏟아지는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 앤드류는 가볍게 손을 들어 갤러리에게 인사를 한 뒤 타이거, 비제이와 악수를 나눈다.최연소 US 오픈 출전, 최연소 PGA 투어 프로 등이 앤드류에게 붙어다니는 수식어다.수천명의 갤러리와 세계 랭킹 1, 2위의 대선수들, 수백명의 취재진앞에서도 17살의 앤드류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티샷 박스에 올라섰다. 힘차게 드라이버샷을 날린다. 앤드류의 꿈의 무대는 이렇게 시작된다.‘

올해 13살, 세인트 앤드류 애벨리노스쿨 8학년인 앤드류 한(한국명 한제준)은 당차다.골프에 입문한 지 불과 1년만에 핸디 9의 빼어난 실력을 보이고 있다. 전국대회인 PJGT(Plantation Junior Golf Tour)에 7번이나 참가해 좋은 성적을 보이면서 기대주로 떠올랐다. 드라이버와 아이언샷은 이미 티칭 프로가 인정할 정도며, 아직 구력이 짧아 숏게임이 약하다는 숙제만을 남겨놓고 있다.

“15살이 되면 프로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미셀 위의 기록을 깨고 싶어서란다.왜 프로 골퍼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도 막힘이 없다. “타이거 우즈를 보고 그 당당함과 유명세가 부러웠다”고 한다. “유명해져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알아보면 기분이 참 좋을 것 같아요.” 아직 애(?)다운 모습도 엿보인다.세계적으로 유명한 골퍼가 되겠다는 생각에 하루에 수천개의 공을 치면서도 지루해하지 않고 있다. 학기중에는 300~500개의 공을 치고, 주말에는 1,500~2,000개씩 연습공을 친다.“늦게 시작했으니까 다른 애들이 걸을 때 저는 뛰어야죠.”13살이지만 키가 어른만큼 크고 단단한 체격을 가져 드라이버 비거리가 평균 280야드나 되고, 가장 자신있는 7번 아이언으로 170야드를 날린다. 앤드류는 지난 94년 한국일보가 주최했던
‘우량아 대회’에서 최우수 우량아상을 받은 적이 있다.

아버지 한광호씨는 “지난해 어느 날 갑자기 골프를 배우고 싶다고 말해 같이 연습했는데 재능을 엿볼 수 있었다”며 “농구나 아이스하키 등 여러 가지 운동을 다 잘하지만 유독 골프에 대한 집념이 대단하다”고 귀뜸했다. 한광호씨도 펜싱을 했던 운동선수 출신이라 재능을 알아본 것이다.
앤드류는 골프에서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능력을 배웠다. 활달하고 구김살없는 앤드류가 한번은 골프가 잘 안맞자 골프채를 던진 적이 있다. 이날 아버지한테 눈물이 나도록 실컷 혼이 났다.

에티켓을 배우지 않고, 마인드 컨트롤이 되지 않고는 최고의 골퍼가 될 수 없다며 강하게 질책한 아버지의 교훈을 잊지 않고 있다.평소 활달한 성격으로 친구들로부터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앤드류는 골프를 시작하면서 침착해졌다. 지고 못사는 성격이라 화가 나면 모자를 뒤집어쓰고 울기도 했지만 지금은 혼자서 스스로 삭힐 줄 안다.어릴 때는 FBI 요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고, 이후 아이스하키 선수였다가 프로골퍼로 바뀌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하고 싶고,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할 줄 아는 자세를 갖췄다. 아버지 한씨와 어머니 임귀련씨 사이의 1남1녀 중 장남이다.

<글:김주찬 사진:이진수 기자> jckim@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