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츠 고 화이트삭스, 짝짝 짝짝짝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마지막 승부가 결정되던 26일 밤, 화이트삭스 팬 4천여명은 유나이티드 센터에 모여 한 목소리로 화이트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기원했다.
팬들은 하얀 티셔츠에 검은 줄무늬로 이뤄진 화이트삭스의 유니폼과 모자를 차려 입고 열과 성의를 다한 자세로 센터에 나타났다. 일부는 얼굴을 반으로 나눠 흑백으로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풍선으로 만든 응원도구를 손에 쥐고 나타났다. 한 여성은 삭스 마크가 새겨진 드레스를 입고 오기도 했으며 또 다른 여성은 SOX라는 이름이 새겨진 보석마스크에 흰색 가발을 쓰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4천명이 함께 내지르는 응원소리는 남쪽으로 940마일 떨어진 휴스톤에까지 닿을 듯했다. 박자를 맞춰 렛츠 고 화이트삭스라는 구호에 맞춰 박수를 짝짝 짝짝짝 다섯번 치는 응원은 경기 초반부터 후반까지 멈추질 않았다. 6회말까지 0대 0의 승부가 계속 되자 안달이 난 팬들을 자리에 앉질 못하고 서서 화이트삭스를 응원했다. 아이스하키 경기장 중심 상부에 걸린 대형 스크린은 깨끗한 화질과 타자의 명쾌한 방망이소리까지 잡아내는 음질로 마치 실제 경기장에서 관람하는 기분을 들게했다.
화이트삭스 대표 선수들이 스크린에 등장할 때는 응원소리가 센터 안을 가득 메웠고, 휴스턴 구장에 나타난 부시 전 대통령 내외가 스크린에 비췰 때는 ‘우~’하는 야유가 터져나왔다. 특히 팬들에게 인기가 좋았던 선수로는 조 크리드, 프레디 가르시아, 바비 젠크스 선수 등이었고, 부시 전 대통령 내외에게 쏟아진 야유만큼이나 높은 야유를 받은 선수는 다름아닌 이구치 타다히로 선수였다. 각 회말 중간중간에는 센터 측에서 준비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스크린을 통해 각종 게임을 함께 하고, 센터 안 팬들의 모습을 일일이 생중계하면서 응원의 열기는 고조됐다. 협찬업체에서는 도우미를 동원해 하얀 양말을 관중들에게 던져주며 흥을 돋궜다. 8회말 1대 0의 상황이 계속되면서 팬들은 ‘아웃 5개만 더 아웃 4개만 더에 이어 10회말 아웃 1개만 더를 외치기 시작했다. 화이트삭스의 우승이 점쳐진 순간에도 팬들은 긴장을 놓지 못했다. 혹시 모르게 터져나올 홈런이나 안타에 마음을 놓지 못했다. 결국 화이트삭스의 우승이 확정되던 순간 팬들은 관람석 3층에서 뛰어내릴 기세로 승리를 경축했다. 옆좌석 관중과 부둥켜 안기도 하고 손에 쥐고 있던 맥주를 흔들어 뿌리고 팝콘을 하늘로 던졌지만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센터 안에서 팔던 ‘2005 월드시리즈 삭스 우승’ 티셔츠는 순식간에 25달러 하던 가격이 30달러로 오르면서 동나기 시작했다. 팬들은 경기장밖을 나서면서도 함성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보슬비까지 내리는 밤이었지만 무엇도 우승에 감격한 팬들의 흥분을 가라앉힐 수는 없었다. 경기장밖에는 경찰차가 혹시 모를 팬들의 소동에 대비하고 하늘에는 헬기까지 떴다.
우리가 최고 고 고 화이트삭스라는 함성이 35번가를 가득 메웠다. 주차장을 나가는 차들은 한줄로 출구를 빠져나가며 ‘빵빵’ 경적을 울려댔다.
이구치팬이라고 밝힌 일본인 타쿠마 호소부치(18)씨는 시카고에 온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빅 팬이 되었다. 팀이 우승해 더욱 기쁘다며 자정이 넘어서까지 경기장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같은 과 한인 친구인 카니 정, 제인 킴, 해나 고, 크리스틴 정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UIC 의대에 다니는 한인 학생 마이크 선우(23)씨는 홈게임표를 구하려고 했지만 너무 비쌌어요. 대신 화이트삭스팬들과 경기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뷰잉파티가 열린다고 해서 이곳을 왔지요. 너무 흥분돼 잠이 오질 않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송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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