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 고급스런 저택에 힘 좋은 대형 SUV와 넓은 잔디 뜰. 풍요와 여유가 넘치는 ‘아메리칸 드림 라이프’를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대도시 밖 멀리 신도시로 나갔다. 저렴한 에너지와 저리 크레딧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했던 이런 삶은 이제 고 에너지가 시대를 맞아 재고를 강요받고 있다.
빅 하우스, 빅 SUV “감당 못하겠네”
LA는 비싸서 더 이상 집을 살 수 없을 것 같고, ‘근사하고 크면서도 싼 집을 찾아’ 리버사이드 코로나나 샌퍼난도 밸리 북쪽 발렌시아 등지로 사람들은 멀리 나갔다. LA서 집을 살 수 있는 돈이라면 훨씬 크고 고급스럽고 새로 지은 집을 마련할 수 있었고 학교도 좋고 숲이 있고 탁트인 공간이 있어 단지 직장까지 멀다는 점 외에는 질적으로 훨씬 나은 삶이 가능했다. 집 사는데 남은 여유 돈으로 큰차도 사서 빅 하우스에 넓은 잔디뜰, 아메리칸 드림 라이프를 사는 것 같았다.
멀지만 같은 돈으로 큰집·큰차 풍요 즐겼으나
‘싼 에너지·싼 이자율’ 기초 흔들리며 위기
출퇴근 개스·난방·모기지 3중고 겹쳐 파산 위험
그러나개솔린 가격과 에너지가가 앙등한 지금 대도시 멀리 생겨난 신도시의 드림 라이프는 졸지에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 삶을 가능하게 했던 기초였던 저렴한 에너지와 저리 크레딧은 이젠 과거의 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간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가 최근 원거리 교외(exurbia)의 달라진 삶을 전했다.
최근 부동산활황기에 가장 고도성장을 구가한 지역은 대도시에서 제법 멀리 나간 지역이었다. 도시 인근의 교외(surburb)에서 좀 더 나가 새로 개발된 도시로 익서비아(exurbia)란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우리말로는 원거리 교외쯤으로 번역될수 있는데 남가주의 경우 성장속도가 가장 빨랐던 리버사이드·샌버나디노 카운티 등지의 신도시가 해당될 것이다.
남가주 뿐이 아니었다. 이들 신도시들은 기존 대도시 주변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고소득 가정은 같은 지출로 더 고급스럽고 풍요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가능했기에 신도시로 나갔고, 중간 및 저소득 가정은 그들대로 적은 돈에 더 낫고 큰 집, 더 나은 학교와 환경이 가능했기에 신도시로 진출했다. 출퇴근이 지옥이었지만 비용만을 감안하면 풍요로운 삶이었다.
그러나 저렴한 에너지 비용과 낮은 모기지 이자율에 기초한 원거리 신도시에서의 삶은 이제 위기를 맞고 있다. 갤런당 1달러 50센트일 때야 개스비용이 별 것 아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확 달라졌다. 기름 먹는 하마인 대형 SUV와 픽업을 차고에 밀어넣고 카풀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모터 보터도 유지비가 예전보다 두배나 들기 때문에 뒷뜰에 처박아뒀다.
이번 겨울에는 난방비가 70%나 오를 전망이라 고통은 더 커질 것이다. 만약 고 에너지 가가 금방 끝나지 않는다면(그럴 공산은 아주 높다) 원거리 교외의 과도하게 큰 삶은 지탱하기가 곤란해질 것이다.
뉴욕시 밖의 고성장 지역 파이크 카운티에 사는 목수인 프랭크 히터. 5에이커의 대지위에 세워진 3,500 스퀘어피트의 랜치 홈에 사는 그는 86마일 떨어진 뉴욕 일터로 가기 위해 새벽 4시15분 포드 익스페디션을 끌고 집을 나선다. 일터로 오가는 길은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집에 와서 먹고 샤워하고 자고 그리고 나면 다시 길에 들어서야 한다”
뉴욕 밖 버지니아주 루던 카운티의 럭서리 타운에 거주하는 앤드리아 오하라는 최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난 비용으로 고민스럽다.
그의 개솔린 비용은 주 180달러에 이르렀다. 2년전보다 거의 두배다. 가계수입이 썩둑 잘려나간다. 개솔린이 그를 죽이고 있다.
원거리 교외 생활이 위기에 처할 경우 그 경제적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들 원거리 교외가 빠르게 개발되면서 미국 경제에는 박차가 가해졌다. 주택이 개발됐을 뿐 아니라 샤핑 몰이 들어서고 스토어, 레스토랑 체인, 소방서, 학교가 옛날에는 벌판이나 농토였던 자리에 속속 들어섰다. 이로 인해 소매 및 서비스 업체들은 엄청난 매출 신장을 이룩할 수 있었고 교사, 소방관 등 고용도 대거 창출됐다. 소규모 사업의 기회도 많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에너지가로 신도시는 큰 타격을 받고 있어 경제적 파장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개인 파산 전문 변호사 번 라자로프의 말은 아주 을씨년스럽다. “모기지를 목까지 채운 사람들이 많다. 겨울이 오면 난방 기름 값과 모기지 페이먼트를 한꺼번에 내기 어려운 사람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길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내 사무실로 찾아올 것으로 기대한다.”
원거리 신도시 거주자들에게는 아주 괴로운 겨울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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