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잘 나가는’ 나라 중국. 중국의 급속한 발전에 많은 이들이 놀라워하지만, 사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최근 몇 세기를 제외하고는 항상 세계 최강국이었다.
14세기경 비단 교역을 요청한 영국 사신에게 중국 황제는 “우리는 당신과 같은 작은 나라와 교역할 필요성을 못 느끼니 비단을 그냥 가져가라.”고 했다니 중국이 얼마나 크고 강한 나라였는지 알 수 있다.
잘 나가던 중국이 전전긍긍하기 시작한 것은 청나라 말기부터인데 당시 고속 성장한 서구 신흥 자본주의 국가들에 비하여 구시대적 봉건사회에서 탈피하지 못 한 채 낡고 부패해버린 중국은 다른 강국들의 먹이감으로 전락하고 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운이 기우는 시기에는 항상 이를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는 자들이 있기 마련인데 우리나라의 친일자본가들처럼 외국인 침략자를 등에 업고 그들보다 더 악랄하게 동족의 피를 빨아먹는 자들이 이 시기 중국에도 있었다.
영국이 중국에 아편을 수출할 때 그 대리인을 자청하여 중국인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본인들은 폭리를 취했던 중국인 상인들이 대표적인데 식민지나 후진국에서 외국자본의 앞잡이 노릇으로 부스러기 이윤을 착취하는 반민족적 토착자본이라는 뜻의 매판자본이라는 단어는 이 시기 이들 중국 상인을 가리키는 말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다시 무대를 21세기 한국으로 돌려보자. 2003년 4월 소버린이 SK(주)의 주식 약 14%를 매집하여 경영권을 위협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다. 단숨에 대한민국 주요 기업인 SK(주)의 2대 주주로 부상하게된 소버린은 주총에서 그룹 회장의 해임까지 시도하는 막강한 세력으로 군림하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적을 불문하고 주주가 회사에 대한 권리를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나 문제는 이들 외국인 주주들의 목표는 회사의 장기적 발전이 아니라 단기 투기를 통한 시세차익이라는 것이다.
얼마전 캐피털그룹은 주가 상승에 유리하다며 삼성전자의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라는 요구를 하기도 하였는데 대한민국 대표기업의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했을 때 얼마만큼의 국부가 유출될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더군다나 이들 외국 자본들은 ‘이중과세방지협약’이라는 것 덕분에 단기 투기의 시제차익으로 올린 막대한 이윤에 대한 세금도 내지 않고 있다.
이들 외국계 자본들은 한국 시장의 미세한 부분까지 조사하고 그 허점을 찾아내기 위해 보통 한국인들을 고용하기 마련인데 필자 경험에 따르면 성적과 외국어가 뛰어난 국내외 최고의 엘리트들만이 이런 외국계 금융회사들에 취직할 수 있다.
마치 150년전 중국에서처럼 한국 경제가 강대국의 자본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니 설혹 우리의 국운도 기울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
하기야 30년동안 연평균 14% 성장이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남기며 승승장구하던 한국경제가 1년에 4% 성장도 어려워하고 있는데도 낡아빠진 사상논쟁이나 하고 있는 작금의 한국 정치판을 보고 있노라면 아편에 찌든 150년 전 중국과 별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중국은 그 이후 150년 동안 거의 발전하지 못 했고 비록 최근 급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예전의 수준을 회복하기 위해 앞으로 몇십년 몇백년이 더 걸릴지 모를 일이다. 한국이 장기 정체에 빠지지 않을까 심히 걱정스럽다.
김영무
월드 뱅크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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