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러데이시즌 앞두고 장난감업계, 성인용같은 제품 출시
하이텍 이용, 미니 아이파드·캠코더·셀폰까지 다양
‘레고’와 ‘GI 조’인형을 졸업할 때가 되면 부모의 전자제품을 갖고 노는 아이들 때문에 전자업계에 밀리며 고전해 온 장난감 업계가 올 크리스마스에는 아예 6세 아동을 위한 셀폰부터 8세 아동용 비디오 프로젝터에 이르기까지 전자업계가 무색할 정도의 전자 장난감들을 내놓고 있다.
전자제품으로 성공하면 장난감업계는 고질적인 불황에서 탈출할지 모른다. 장난감 소매 매출은 2003년에 이어 2004년에도 ‘토이저러스’와 ‘월마트’간 치열한 가격 전쟁의 여파로 연속 3% 하락했고 올해도 이미 5%가 떨어졌다고 시장조사회사 NPD 그룹은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10대도 안된 아이들에게 소비자 전자제품을 안겨주는 것에 대한 논란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런 제품들을 과연 제조업자들의 주장대로 장난감이라 할 수 있는건지, 아이들의 놀이와 어른들의 테크놀로지를 구분하는 마지막 장벽마저 없애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지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해즈브로’의 V캠 디지털 비디오(왼쪽)와 ‘브라츠’의 포터블 DVD 플레이어.
장난감 제조사들은 지난 몇십년간 어른 흉내를 내게 해주는 제품을 만들어 왔지만 그래봤자 결국은 모방으로 끝났다. 장난감 트럭에 아무리 요란하고 많은 전자 장식을 달았어도 여전히 장난감이었으나 최근의 6~12세 어린이용 전자제품들은 더이상 ‘척’하는 것이 없다. 어린이용 제품이나 성인용 제품이나 똑같은 것이다. 주요 장난감 제조사 ‘해즈브로’의 마케팅 책임자 던컨 빌링도 “순수한 장난감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할 정도다.
그래서 이러한 하이텍 도구들은 그저 사진을 찍거나 전화를 거는등 제한된 범위의 활동만을 허용하며, 대부분이 개인용이지 여러명이 함께 가지고 놀 수 있도록 고안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른 사람과 나누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가르치는 도구로서의 가치가 크게 감소됐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다. “장난감에 테크놀로지가 너무 많이 개입되면 장차 살아가는데 필요한 사회성과 인품및 성격 개발에 투자되는 시간이 적어진다”고 밀워키의 시장조사회사 ‘토이 팁스’를 창설한 매리앤 지맨스키는 말하고 있다.
장난감 회사들은 과거 텔리비전 세트, 클락 라디오, CD 플레이어를 만들 때도 이런 논란에 휩싸였었지만 그 기술적 복잡성 및 추구하는 연령층을 감안할 때 올해 나온 제품들은 어린이 전자제품 시장의 태동 여부를 가려줄 시금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즈니’가 처음으로 내놓은 자체 브랜드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 ‘믹스 스틱스’는 6세 이상용으로 인터넷에서 음악을 다운로드 하거나 CD에서 복사할 수 있다. 6가지 색깔이 있고, 메모리 용량은 ‘아이파드 셔플’의 4분의 1도 안돼 120곡 정도 담을 수 있다. 가격은 49달러.
‘GI 조’인형과 ‘통카’트럭으로 유명한 ‘해즈브로’는 ‘V캠 나우’라는 제품을 내놓았다. 8세 이상용 비디오 카메라로 가격은 79달러. 스틸 사진은 물론 짧은 영화도 찍는다. 299달러짜리 비디오 프로젝터 ‘줌박스’도 ‘해즈브로’제품이고, 이미 올 시즌의 최고 인기상품이 될 것으로 찍힌 29달러짜리 ‘I-독’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의 스피커로도 쓸 수 있다.
‘마텔’도 8~12세 어린이용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 ‘비드스터’를 내놓았다. 79달러로 10분짜리 비디오를 찍어서 텔리비전으로 볼 수도 있고 간단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편집도 할 수 있다.
셀폰도 있다. ‘마텔’이 와이어리스 컨설팅회사 ‘싱글터치’와 제휴해서 만든 8~14세 소녀용 선불제 셀폰은 이미 ‘바비 폰’이란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교육용 장난감 회사 ‘립프록 엔터프라이지즈’가 다른 와이어리스회사 ‘엔포라’와 제휴해 내놓은 ‘틱톡’은 6세 이상 어린이용으로 100달러쯤에 소매된다. ‘립프록’의 게임도 가득 들어 있고 스탑워치, 스피커폰 기능도 들어 있지만 부모가 정해준 친구들하고만 통화할 수 있다.
한 시즌에 이렇게 많은 비슷비슷한 제품들이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아동용 전자제품은 상당히 새로운 분야인데 2004년도에 매출이 4%나 신장해 6억9,400만달러를 기록했다면 전국의 장난감 소매업체들이 지난 2개월사이에 전자제품 매장으로 변신한 것 같은 이유가 설명이 될 것이다. 그러나 ‘KB 토이즈’‘F.A.O. 슈와츠’의 파산 신청을 목격한 장난감 제조사들이 전자제품에 주력하는 판매전략도 안전한 것이 아니다. 소비자 전자제품의 이윤 폭은 박하기 그지 없어 장난감도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전자 제품만큼 가격이 빨리 하락하는 것도 없다. 아울러 아이들이 아동용으로 개발된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나 셀폰을 외면하고 곧장 성인용 제품을 사용하려 할지도 모른다. PC나 랩탑의 경우 이미 그랬다.
그래도 장난감 소매업체들은 올 시즌에 신상품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이 새로운 종류의 장난감을 판매할 방도에만 고심하고 있다. ‘토이저러스’는 종래의 ‘틴트로닉스’ 디파트먼트의 ‘틴’을 빼고 ‘전자 및 음악’으로 대체했고, ‘타겟’은 새로 장난감 섹션중 일부를 ‘텍토이즈’라 부르고 있다.
아동용 전자제품 시장이 커지자 ‘베스트바이’도 몇개 매장에서 아동용 테크놀로지 섹션을 실험하며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해리스 네즈빗’사 분석가 션 맥가원은 아동용 전자제품은 궁극적으로 장난감 업계에 해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엘모’인형이 재미없게 된 아이들이 부모들처럼 전자제품을 가까이 하게 되면 전자제품 가게는 신나겠지만 장난감 가게는 큰 타격을 입는다는 것. 그러나 같은 문제를 존 바부어 ‘토이저러스’ 사장은 전혀 다르게 본다. 장난감 제조사들이 전자제품을 아이들이 망가뜨려도 큰 부담이 안될만한 가격에 생산해내면 장난감 가게에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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