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수리로 몇천달러 받았더니 계약갱신 안해줘…”
소비자 운동가들 사이에 주택소유주 보험은 ‘썼다 하면 잃어버리는 것’으로 통하고 있다. 물론 보험회사들은 듣기 싫어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보험을 청구할 때는 쫓겨날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사들 깐깐한 영업
“손해 끼치는 고객 안받아”
5천달러 미만은 청구말고
진짜 ‘큰 일’에 대비를
뉴욕주 매머로넥에 사는 콜린과 개비 베이글 부부는 12년간 같은 회사에 주택보험을 들어왔다. 몇년전 변기 물이 넘치는 바람에 집이 손상돼 몇천달러를 청구했는데 작년에 심한 겨울 폭풍으로 지붕이 새는 바람에 또 3,000달러를 청구했더니 보험 브로커가 전화를 했다. 두건이나 청구를 했기 때문에 계약이 갱신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베이글 일가는 결국 새로운 보험에 들긴 했지만 보험 청구 기록이 모든 보험회사들이 열람하는 전국적인 컴퓨터 시스템에 올려져 있는 바람에 간신히 했다.
보험소비자 권익옹호 네트웍(www.ican2000.com) 사무총장 J.D.하워드 같은 소비자운동가나 전직 보험 대리인, 청구 처리인들은 그런 일은 비일비재라고 입을 모은다. 원래 주택소유주보험의 고질적 문제이었지만 지난 5년 사이에 더 악화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고발이 너무 많아 캘리포니아등 몇개 주의회에는 보험회사들이 계약 갱신시 고객을 쫓아내기 어렵게 만든 법안이 상정돼 있다.
사태가 이렇게 된데는 몇가지 요인이 있다. 1992년에 불어 닥친 허리케인 앤드루 이후 일련의 천재와 인재가 보험업계에 연타를 먹인 것이다. 업계 단체 보험정보연구소(www. iii.com) 부회장 로레타 워터스는 최근 카트리나를 제외하고 보험업계에 단일요인으로 그처럼 큰 규모의 손실을 가져온 것은 앤드루가 최초라고 말하는데 이후1994년 남가주의 노스리지 지진, 2001년의 9월 11일 테러 공격등이 이어 발생했다. 앤드루 이전의 어떤 허리케인으로 인한 손실도 80억달러를 넘지 못했으나 2004년에는 플로리다에 닥친 4개의 폭풍우로 인한 손해만 230억달러로 총 273억달러의 보험손실이 기록됐다.
그동안 해변가 취약지역에 사는 사람 숫자도 늘어 보험료가 올라갔다고 워터스는 덧붙인다. 지난 20년동안 해안지역, 특히 플로리다, 텍사스, 버지니아 해안 지역 인구는 3,300만명으로 28%나 증가했다. 주택 소유주들은 보험료를 많이 내고 혜택은 적게 받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위태롭게 사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닥친 것이 곰팡이 공포다. 2001년에 텍사스의 한 가족이 보험회사를 제소해 3,200만달러(항소에서 400만달러로 내려갔다)의 보상금을 받게 돼 떠들썩했었다. 보험회사가 파이프가 새는 것을 고칠 돈을 늦게 지불했기 때문에 집안에 온통 곰팡이가 피어 호흡기 및 신경계에 손상이 왔고 방 22개짜리 집이 살 수 없게 돼 버렸다는 것이었다. 이후 한 뉴요커는 4억달러를 내라고 소송을 제기하는등 곰팡이를 이유로 한 청구가 물밀듯 쏟아져 들어와 보험업계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지경이 됐다.
게다가 경기 또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자율이 5% 선이고 에퀴티 마켓이 호황이던 1990년대 중반에만 해도 보험회사들은 손실을 감당하면서도 재력을 키울 수 있었는데 2000년 이후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하자 보험회사들이 투자나 자본 소득만 가지고 손실을 메울 수가 없게 되자 가입자들을 다시 살펴볼 필요를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손해를 안겨주는 고객은 기꺼이 제거하게 된 것이다.
소비자 운동가들은 거기에 한가지 요인이 더 추가돼 이 ‘쓰면 버리는’ 멘탈리티를 가속화시켰다고 말한다. 바로 크레딧 리포트처럼 소비자가 보험에 청구한 모든 기록과 함께 하나의 부동산에 얼마나 많은 보험청구가 이루어졌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데이터베이스 사용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CLUE (Comprehensive Loss Underwriting Exchange)와 A-PLUS(Automated Property Loss Underwriting System)의 두가지가 있는데 보험회사들은 항상 이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므로 주택소유주들도 자신의 청구 기록이 정확히 기재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이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해야 하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소비자운동가들의 주장이다.
소비자는 보험에 청구할지 묻기만 해도 기록에 올라갈 수 있다. 보험정보연구소는 보험 커버리지에 대한 일반적 질문이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지는 않는다고 말하지만 일단 가입자가 피해 보고를 하면 지불이 되지 않는 경우에도 데이터베이스에 나타난다.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CLUE 보고서 사본은 www. choicetrust에서 얻을 수 있다. 연방법은 소비자들이 최소한 12개월마다 한번씩은 자기에 관한 기록 사본을 얻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A-PLUS를 사용하는 보험사 고객들은 보험회사에 무료 사본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니까 요점은 보험업계의 본질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제 주택소유주 보험은 진짜 큰일에 대비해 들어두는 것이지 부담없이 몇천달러를 청구하는 시대는 지났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 평균 주택소유주 보험료는 연간 677달러로 작년보다 17달러 많아졌지만 카트리나 때문에 내년에 더 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앞의 베이글 가족처럼 소비자들은 몇년 간격으로 소소한 금액을 청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보험회사들은 평균 7년에 1건이 청구될 것을 기대하고 있으므로 그보다 자주 청구하는 사람은 위험 고객으로 간주돼 두번째 청구한 이후에는 계약을 갱신해 주지 않거나 보험료를 올린다.
따라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5,000달러 미만은 청구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 보험을 잃어버리거나 보험료를 올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보험료보다 그 돈으로 얻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세히 알아보고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에이전트에게 가상의 경우에 대한 질문을 던져 얼마만한 금액 이상을 청구하면 쫓겨나거나 보험료가 오르는지 정도는 확인한 후에 결정하라는 것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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