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장은 명예직이 아니다. 그야말로 자신의 시간과 경비를 써가며 빛도 없이 회원들을 위해 봉사하는 봉사직이다. 그래서 일부 사회단체장과 달리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사양하는 자리다. 이런 경제단체장에게 용기를 주는 것은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협회에 참여하고 협회를 활용하는 것이다. 회원들이 많이 참가할수록 힘은 더 들지만 보람을 느낀다. “항상 어려운일 닥치면 협회를 찾아옵니다. 평소에 협회를 활용해 좋은 정보도 얻고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단체장들이 회원들에게 한 목소리로 호소하는 말이다. 최근 한인경제력이 커지면서 정부기관들의 한인경제단체에 대한 시각도 달라졌다. 기관과 협회와의 컨넥션도 활발하다. 단체장의 말 한마디로 적발된 업소의 벌과금이 대폭 줄어드는 사례도 있다. 최근 활발하게 협회를 이끄는 두 단체장을 만나봤다.
박종태 가주식품상협회장
전치주의 법안 성사시켜
무분별한 공익소송 예방
화합·젊은피 수혈 분위기 일신
법률구조센터 운영 회원 지원
“회원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협회 활동 하는 것 아닙니까. 원칙과 목적에 충실한 KAGRO를 만들어 젊은 세대에게 물려주는 게 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가주 식품상협회(KAGRO)가 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 지면을 장식했다. 회장 무자격자 시비에다 ‘내셔널 KAGRO’ 제명 등 주로 좋지 않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2004년 9월 박종태(67) 회장 취임 뒤부터 잡음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대신 회원 권익 옹호라는 KAGRO 본연의 목적에 충실해지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실제로 KAGRO 이사회에 참석해보면 갈등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체 이사 54명 가운데 여성이 4명이나 되고 30대 젊은 이사도 눈에 띈다. 인신 공격성 발언은 회장 권한으로 중지된다. 행사 때에는 부모 대신 참석한 1.5세, 2세들도 볼 수 있다. 협회가 활기에 차 있다는 증거다.
박 회장 취임 1년만에 KAGRO는 타운에서 가장 열심히 활동하는 단체 가운데 하나가 됐다. ‘법률구조센터’를 지난 8월부터 운영중이고 웹사이트도 최근 새로 단장했다. “회원들의 가장 큰 어려움이 법규 위반에 따른 면허 정지입니다. 센터 가동 후 매일 2∼3명의 회원들이 어려움을 호소해오고 있어요.”
최근에는 그동안 조용하던 장물 취급에 따른 적발 사례가 들려온다. “1,000달러 상당의 담배 한박스를 200달러에 준다고 할 때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아요. 장물죄는 절도죄와 동일하게 취급돼 1회 적발로 면허가 취소돼기 때문에 절대 해서는 안 되는데 적극 계몽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무분별한 공익 소송을 예방하기 위한 ‘전치주의’(settlement) 법안도 내년이면 LA시의회에 발의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박 회장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협회 사무실을 들른다. 몇통의 전화가 걸려 왔는지, 다른 현안은 없는지 체크하기 위해서다.
박 회장은 현재 사우스 LA에서 리커스토어 하나를 운영하고 있다. 92년 4·29폭동 이전까지는 3개를 갖고 있었지만 폭동 때 2개를 날렸다. 이 때 LA타임스에 특집 기사로 소개돼기도 했다.
가족으로는 부인 정은(62)씨 사이에 2남 2녀를 두고 있다. 큰 아들 마이클(40)과 둘째딸 클라라(32)는 변호사로 활동중이고 큰딸 크리스티나(37)는 프랑스 의류회사 ‘비전’ 회장이다. 막내 리차드(29)는 북미아이스하키(NHL) 밴쿠버 커낙스팀의 공격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기영 요식업협회장
보건국·ABC 등 세미나로
회원업소 단속적발 최소화
노동법 포스터 보급등 계몽 활동
생계 어려운 종업원 지원도 계획
“무슨 일이 발생했을 때만 연락할 수 있는 곳이 아닌 언제나 한인 요식 업주들을 위해 귀와 눈을 열고 있는 편안한 친구와 같은 협회로 만들겠습니다.”
2004년 9월 제8대 LA한인요식업협회 회장에 선출된 이기영 회장은 지난 1년을 되짚어 보면서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부분에 대해 정부의 적발로 업소 문을 닫는 업주를 볼 때 가장 마음 아팠다”며 “남은 1년 동안 단 한곳의 한인 업소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요식업협회는 지난 8월 다운타운 봉제업계를 시작으로 노동법 및 고용법 위반 업소 단속에 나선 ‘경제·고용단속반’(EEEC)의 단속에 대한 한인 업주들의 대비책 홍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지난 9월부터 협회가 자체 제작한 EDD의 노동법 규정 포스터(40달러)를 타운내 아씨마켓을 통해 업종에 상관없이 한인 업주면 누구나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장은 “업주 스스로가 관련 업종에 대한 많은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며 “한인 업주들은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나 ‘단속만 피하면 그만’이라는 생각 때문에 직원교육은 물론 자신들도 기본 법규조차 모른 채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한인 업주들을 대상으로 노동법 관련 사항 보급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 이미 지난 9월29일 고용개발국(EDD) 및 가주 조세형평국과 함께 노동법 관련 세미나를 개최해 한인 업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 회장은 “내년 3월 카운티 보건국 세미나, 7월에는 주 주류통제국(ABC) 세미나, 11월에는 주 고용개발국(EDD) 노동법 세미나를 개최, 많은 한인 업주들에게 정보 전달의 장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요식업협회는 오는 12월 열릴 송년행사에서 협회 창립 이후 처음으로 업계 종업원 가운데 생계가 어려운 5명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보건국과 공동으로 모법업소 및 청결업소를 선정 상패를 전달할 계획이다 .
이 회장은 “불법이 있는 한 단속은 끊이지 않는다”며 “그렇기 때문에 요식업협회도 회원들을 위해 항상 바쁘게 움직일 것이다. 따라서 요식업을 운영하는 업주라면 꼭 협회 회원으로 등록해 협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길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김진호 기자>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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