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강진] 파키스탄 강진 이모저모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최대 피해
산사태 동방… 산악마을 초토화
한 학교에서만 650명 묻히기도
’심판의 날’이 온 줄 알았다. 8일 오전(현지시간) 파키스탄과 인도 접경 카슈미르 산악지대를 친 강진에서 용케 살아남은 이들은 세상이 끝나는 것만 같았다고 악몽의 순간을 전했다.
파키스탄, 인도, 아프가니스탄의 피해 지역은 지진이 휩쓸고 간 뒤 쑥대밭이 돼버렸다. 지옥 같던 찰나는 지나갔지만 충격의 여파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아직도 무너진 폐허 더미 속에 수 많은 희생자가 매몰돼 있어 피해는 계속 늘 전망이다.
지진 발생
8일 오전 8시50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땅이 흔들리더니 10층 짜리 마르갈라타워 아파트 2개 동이 폭삭 주저앉았다. 9ㆍ11 테러 당시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는 듯한 모습에 주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같은 시각 인도와 아프가니스탄의 수도인 뉴델리와 카불에서도 건물이 흔들리면서 대피소동이 벌어졌다.
이슬라마바드에서 북동쪽으로 95㎞ 떨어진,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의 행정수도 무자파라바드는 순식간에 도시의 모습을 잃었다. 리히터 규모 7.6으로, 파키스탄 역사상 강도나 규모에서 가장 큰 이번 지진의 진앙이다.
인구 12만5,000명의 무자파라바드에선 시 스타디움을 비롯한 관공서 건물 대부분과 주택 절반 이상이 사라져버렸다. 갑자기 무너져내린 집 잔해에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깔렸다.
가까스로 집을 빠져 나온 이들은 길바닥에 엎드려 기도를 올리거나 단층주택을 찾아 뛰었다. 지진이 산사태까지 몰고 오면서 카슈미르 산악의 마을은 거의 초토화됐다.
2분 가까이 지속된 강진이 지나간 뒤에도 여진이 45차례 이어지면서 하루종일 지진 공포는 끝날 줄을 몰랐다.
피해 상황
아프가니스탄에서 파키스탄 북부, 인도령 카슈미르까지 피해 지역이 넓고 위력이 워낙 커 정확한 희생자 집계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외신들은 현지 정부 관계자 등의 말을 인용, 1만9,000여명~3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구조가 본격화하면 인명 피해는 더 늘 수도 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9일 기자회견에서 무자파라바드에서 약 1만1,000명이 숨지는 등 최소 1만9,136명이 사망하고 4만2,397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앞서 샤우카트 술탄 파키스탄 군 대변인은 CNN 방송에서 1만8,020명이 사망하고 4만1,188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과 인도가 60년 가까이 분할 점령하며 분쟁을 벌여온 비극의 땅 카슈미르는 이번에 대재앙의 희생양이 됐다.
최대 피해지는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였다. 타리크 파푸크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노동통신장관은 이곳에서만 3만 명의 사망자를 냈다고 추산했다.
행정도시 무자라파바드는 1만1,000여명이 죽어 거리에 시신이 나뒹구는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 병원들도 파괴돼 부상자들?오갈 데가 없는 참혹한 상황이다.
때마침 수업이 시작되던 학교에서도 대규모 참사가 잇따랐다.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의 발라코트에선 초등학교와 중학교 여학교 등 학교 3곳이 모두 무너졌다. 무너진 한 공립학교에서는 학생 약 200명이 건물 잔해 더미에 깔렸고, 한 사립학교에선 650명이 붕괴된 4층 건물 폐허에 묻혔다.
땅속에서 ‘살려달라’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접근로가 모두 붕괴되어 만 하루가 지나도록 구조대원은 찾아볼 수 없다. 학부모들은 삽이나 곡괭이를 들고 건물더미를 헤집고 있으나 속수무책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인도령 카슈미르의 국경도시 우리에선 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 인도도 360명이 사망하고 900명이 부상하는 인명피해를 입었다. 아프간 동부에선 11살짜리 여자아이 1명이 무너진 집 잔해에 깔려 사망했다.
군인의 희생도 컸다. 인도 접경지인 히말라야 산맥에서는 매몰된 참호에서 군인 39명이 몰살하는 등 2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