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번 프리웨이에서 캘리포니아 교통국 직원 등이 프리웨이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신효섭 기자〉
휴지… 맥주깡통… 소파… 개스통… 버려진‘양심’수북
이달 매일 공무원 1,300명 동원 청소
공해·세금 증가 등 주민 부담 늘어
5일 오전 101번 프리웨이. 110마일 넘는 속도로 무섭게 질주하는 자동차에 장단을 맞춰 누군가 버린 휴지 더미가 덩실덩실 춤사위를 펼친다.
갓길에는 음료수 깡통과 신문지 더미 등 흉물스런 모습의 쓰레기가 쌓여 있다. LA주민들의 일그러진 양심이 춤을 추는 듯 하다.
캘리포니아교통국(Caltrans)은 이번 달 동안 매일 1,300명의 교통국 직원을 동원, 주 전역에서 ‘쓰레기 없는 날’캠페인을 펼친다. 캘리포니아주는 LA와 벤추라 카운티의 프리웨이 청소 비용만 300만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쓰레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연 평균 3,000명의 교통국 직원이 프리웨이 청소를 하다 당한 각종 사고로 신음하고 있다.
이날 교통국은 134번에서 170번 프리웨이로 연결되는 진입로 인근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한 쓰레기 수거 행사를 펼쳤다. 교통국 직원과 사회봉사 명령을 받은 자원봉사자는 넝마 가득 쓰레기를 채운 채 집게를 돌리기에 바빴다.
자원봉사에 나선 백인 남성 브라이언은 “프리웨이에 나뒹구는 맥주캔을 보면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들도 꽤 많은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자원봉사자들은 90도를 훌쩍 넘는 더위와 함께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으로 숨 쉬기에 벅찬 표정이었다. 교통국 홍보관은 “교통국 직원은 매일 이런 상태서 일을 한다”며 무심코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의 양심에 호소했다.
LA와 벤추라 카운티를 관할하는 교통국 7국장은 “일년 동안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을 세우면 4만4,000스퀘어피트에 달한다”며 환경 공해 수준을 넘어선 프리웨이 쓰레기 현상을 설명했다.
쓰레기는 각종 공해와 주민들의 부담으로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다. 교통국에 따르면 쓰레기는 세납자인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져올 뿐 아니라 하수구로 흘러 바다로 유입되고 이는 오염된 생선 등을 통해 고스란히 식탁으로 올라와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쓰레기는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살인 무기로 둔갑하고 있다. 교통국의 실버레이크 메인터넌스 스테이션에는 대형 소파를 비롯해 설거지 기계, 빈 프로판 개스통 등 제법 덩치 큰 쓰레기 등이 가득 쌓여 있었다. 교통국 7국장은 “고의로 이 같은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프리웨이행에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CHP)는 쓰레기 무단 투척에 대해 1,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창 밖으로 ‘휙’, ‘휙’쓰레기를 내던지는 양심불량자를 잡기에 공권력은 한계를 띠고 있다. 쓰레기 문제 해소는 결국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시민의식에 달린 셈이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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