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곰팡이, 업소는 진흙탕’
한인 커뮤니티 지원 절실
“말이 복구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퍼져 가는 집안의 곰팡이와 싸우기도 힘겨울 정도입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할퀴고 간지도 벌써 한달이 넘었지만 국가적인 복구작업이 활기를 띠는 것과 달리 한인 이재민들의 복구노력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상처가 너무 깊고 넓어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피해자대책위원회(위원장 이상호)에 따르면 카트리나를 피해 안전지역으로 대피했던 한인중 약 30%가 돌아와 복구작업에 나서고 있다. 나머지는 아직도 휴스턴 등 주변 지역에서 방랑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매타리 등 일부 지역만 수도와 전기가 공급될 뿐, 뉴올리언스 대부분의 지역은 여전히 밤이 되면 암흑세계로 변한다.
뉴올리언스 동부지역에 거주하며 미용재료상 2개를 운영했던 김선일씨는 집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모텔 등을 전전하고 있다. 물이 빠진 뒤 아파트에 도착해 보니 건물주가 집안 물건을 모조리 바깥에 쓰레기처럼 쌓아 놓았다. 물에 잠겨 못쓰게 된 물건들이지만 주인 허락도 없이 사유물에 손을 댄 것이 너무 괘씸해 항의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아파트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한 아파트 단지 입주신청을 했지만 60번째가 넘는 번호표를 받고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대피 한달여 만인 5일 출입이 허가된 블러드 길 자신의 가게에 가보니 더욱 기가 찼다. 벽면에는 가슴 높이 만큼 물이 찼던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고 진열대 물건들은 침수 당시 출렁이는 물결에 뒤섞여 버려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다.
인근 레이크 포레스트 길에 위치한 또다른 매장의 피해는 더욱 심했다. 블러드 길보다 지대가 더 낮은 탓에 어른 키만큼 물이 찼었고, 내부가 진흙과 뒤엉켜 도저히 손을 댈 수 없었다.
김씨는 “마치 비빔밥을 보는 기분이었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한인이 20여명이라고 전했다.
이상호 피해재대책위 위원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매타리 인근 케너에 거주하는 이 위원장의 이층집은 곰팡이와의 전쟁터다. 1층은 4피트까지 높이까지 곰팡이가 뒤덮어 벽면을 뜯어내고 기약없는 보험사 에이전트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이 위원장은 5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 실내기온이 105도”라며 “여기에 높은 습도와 진동하는 곰팡이 냄새를 상상해 보면 내부상황을 쉽게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운영하던 미용재료상 두 곳도 침수 피해를 입었지만, 그보다는 약탈피해가 더욱 컸다.
이 위원장은 “한인들의 재산피해 규모가 1억달러는 족히 될 것”이라며 “이중 홍수보험으로 보상 받을 수 있는 범위가 불과 30%대에 불과, 융자금 등 재정확보가 재기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주 한인은 물론, 한국정부의 경제적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며 미주 한인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황성락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