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이 날카로운 시에라네바다의 야생 양은 한 때 1,000마리 정도 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다 점차 감소해 100마리 안팎으로 그 수가 쪼그라들었다. 급기야 1999년 멸종위기 동물로 연방정부가 지정했다. 산사자와 질병이 야생 양 수 감소의 직접적인 이유로 꼽힌다. 지난 6월 훔볼트-토야비 국유림(Humboldt-Toiyabe National Forest)에 사육 양의 방목지를 다시 마련하면서 사육 양의 질병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었다. 이 국유림은 사육 양으로부터 야생 양을 보호하기 위해 폐쇄했던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야생 양 한 때 ‘멸종위기,’ 이제 식구 많이 늘어남에 따라
야생 보호위해 폐쇄했던 국유림 일부 사육 양 초지로 재개방
“사육 양의 폐렴 박테리아 야생 양에 치명적” 환경운동가 반대
“100% 인과 관계 없다” 다른 요인들에 대한 연구필요 지적도
야생 양들은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모노 레이크 사이의 초지를 돌아다니며 산다. 그런데 이 지역을 사육 양들에게도 개방하면서 야생 양들의 생존에 위험 요소가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캘리포니아 어획수렵국(Department of Fish and Game)은 연방 어획야생서비스(Fish and Wildlife Service)로부터 야생 양이 배회하든가 사육 양들과 뒤섞일 가능성이 있을 때 예방 차원에서 야생 양들을 죽여도 된다는 허가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환경운동가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야생 양을 죽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야생 양들이 사는 지역인근에 사육 양들의 초지를 만들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야생 양들이 사육 양들로부터 질병에 전염될 것을 우려해 한 두 마리를 죽이는 것보다는 이들의 접촉을 원천 봉쇄하는 게 나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실제 사육 양이 지니는 각종 질병에 야생 양들은 매우 취약하다. 이는 1980년대 초 이후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육 양이 폐렴 유발 박테리아와 다른 질병을 안고 있을 경우 야생 양이 옆을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전염이 되며 야생 양은 이 박테리아에 속수무책이다.
이런 실험을 했었다. 23마리의 야생 양을 사육 양과 한우리에 집어넣었다. 얼마 후 야생 양 모두가 호흡기 질환으로 죽었다.
그리고 다른 실험에서 야생 양들을 사슴, 염소, 말, 소 등 다른 동물과 한우리에 넣었을 때는 말짱했다. 즉, 사육 양과는 도저히 가까이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미 서부지역에서 1800년대부터 야생 양들의 수가 격감한 이유로 같은 지역에서의 사육 양과의 혼재가 지적된다.
훔볼트-토야비 국유림의 일부 지역을 사육 양들에 공개하지만 야생 양을 보호하기 위해 여기에는 몇 가지 단서가 붙는다. 첫째, 개방지역의 규모를 줄인다. 둘째, 목장 측은 야생 양과 사육 양의 접촉을 가능한 피하기 위해 특수훈련을 받은 감시견을 풀어놓아야 한다. 셋째, 라디오와 글로벌 위치확인 시스템을 활용해 양들의 위치를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
야생 양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 같지만 목장 측은 비용 문제를 들어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단서들을 모두 지키려면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다. 야생 양이 먼저내 사람이 먼저냐며 따지고 있다.
환경운동가들도 불만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 계획이 비효율적이며 잘못하다간 야생 양들을 대거 죽게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야생 양과 사육 양들이 서로 근접지역에서 머물지 않도록 하는 것이란다.
사육 양들이 먹고살 수 있는 공간을 다른 먼 곳에 마련해 주는 것이 장기적인 해결방안이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사육 양의 폐렴 유발 박테리아가 반드시 야생 양들의 죽음으로 연결된다고 단정 짓기 곤란하다는 주장도 있다.
훔볼트 국유림의 밥 보 수퍼바이저는 네바다 동물 질병 및 음식안전연구소의 아넷 링크 박사의 조언에 의거해 사육 양들의 초지를 개방했다. 링크 박사는 사육 양이 야생 양에 질병을 옮길 수는 있지만 이 주장은 다소 과장됐다고 믿고 있다. 야생 양들도 이미 전염성 결핵 유발 박테리아를 지니고 있다는 증거도 있다고 링크 박사는 주장했다.
UC샌디에고 환경 미생물학과 스캇 켈리 박사는 사육 양과 야생 양의 전염성에 대한 연구결과, 결핵유발 박테리아에 바이러스가 옮긴 독성 유전자가 포함돼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사육 양의 박테리아가 야생 양을 죽이는 게 아니라 바이러스에 의한 독성 유전자가 화근일 수도 있다는 이론이다.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아직 더 진행돼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은 공감하고 있다. 어느 한 가지 요인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사육 양과 야생 양의 조치 공동사용 논쟁은 찬반 논쟁을 계속 불 지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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