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은 음력 8월 한가위였다. 미국에 살다보면 우리 고유의 추석보다 미국식으로 추수 감사절을 더 지키고 특별하게 보내게 되는 것 같다. 미국에서 공휴일이 아닌 추석을 챙기기는 쉽지 않지만 우리고유의 명절을 중요시 여기는 시부모님 덕분에 차례도 지내고, 송편도 먹으면서 추석 기분을 냈다.
가을은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즐거운 계절이다.
추석이 추수 감사절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추석에는 존경하는 은사나 친지를 방문하고 정성스런 선물을 하는 것이리라. 평소 잘 찾아 뵙지 못하던 고마운 분들을 찾아 뵙고 정담을 나누는 추석은 따뜻하고 인정미 넘치는 소중한 우리의 명절이다.
이런 추석의 정겨운 모습은 우리 이웃인 중국인들에게서도 볼 수 있다. 우리는 송편과 함께 사과나 밤, 배와 같은 햇과일들을 함께 나누는데 중국인들은 문 케익(Moon Cake)을 즐긴다. 이맘때면 중국 신문사와 방송국들에서 보내온 문 케익 선물세트가 회사 부엌에 높이 쌓이게 된다. 우리 입에는 짠 편인 문 케익은 중국식 차와 함께 들면 좋다고 한다.
중국인이나 베트남인들도 추석 때면 가족들이 한데 모여 문 케익과 차를 들며 이야기꽃을 피운다고 하니 우리와 비슷하다.
오랜만에 가족, 친지들이 모여 즐거운 한가위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보니 크고 넉넉한 보름달이 환히 웃고 있었다. 미국에서 보는 보름달은 어린 시절 기억 속에 남아있는 한국에서 본 달보다 훨씬 큰 것 같다.
처음 미국에 와서 생소하게 느끼고 놀라는 것 중의 하나는 한국에 비해 사람도, 차도, 집도 심지어 집안이나 정원에서 발견하는 곤충까지도 모두 크다는 것 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족들과 함께 여유롭고 즐겁게 보내는 추석이지만, 회사에서는 더욱 바빠지게 되는 것이 바로 추석이다. 미국으로 이민 온 아시안들에게 추석이 최대 명절 중의 하나임을 알게된 미국 주류사회의 대 기업들이 이 시기를 아시안 커뮤니티를 향한 최대의 홍보 마케팅 기회로 삼고있기 때문 이다.
한인들뿐만이 아니라 중국과 월남 커뮤니티 단체들도 문 페스티벌이라는 명칭아래 LA를 비롯 뉴욕, 뉴저지, 샌프란시스코 등 아시안들이 많이 거주하는 도시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가졌다.
이러한 연례행사는 미 주류사회에서도 인정받는 행사가 되고 있다. 미국 대기업들은 너도나도 후원을 하고 장터나 페스티발 장소에 부스를 세우고 판촉물을 배포하고 자사의 제품을 판매하거나 알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우리 회사도 광고주들을 위해 행사를 기획하고 참여하다보면 우리 개인개인 한사람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얼마나 많은 인원이 행사에 참여하고 또 얼마나 많은 실적을 그 행사기간동안 올렸는지가 내년에 이들 미 주류기업들의 예산 수립에 근거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많은 타운내 비즈니스 업체들이 참여하고 많은 인근 주민들이 참여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한인 사회에서 떨어져 거주한다 할지라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한다면 한인들의 결집된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히스패닉 이민자들의 싱코 데 마요 축제가 온 LA시민의 축제로 된 것처럼 우리의 추석, 혹은 한국의 날 축제가 전 미국의 축제로 되는 날이 오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강소아
텐 커뮤니케이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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