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 100주년, 한류 바람, 한상(韓商)세계대회, 노 대통령 방문 등 겹쳐
▶ 남북 무역관계자들, 경제공동체 대회서 회동-통일 열망 다짐
<멕시코 시티에서 육길원 특파원>
최근 외교통상부가 발표한 재외동포 수는 663만 명이다. 중국, 미국, 일본, 구 소련, 캐나다가 5위권 내로 제일 많고, 그 다음으로는 호주, 브라질, 필리핀, 영국, 독일이 10위안에 드는 나라이다.
그러나. 올해 한인 이민 100주년을 맞는 멕시코는 4만 여명의 한인들이 살고 있으나, 10위권 밖의 나라로 발표되었다. 이들은 애니깽(Henequen:용설란 농장서 농노로 일한 초기 이민자) 후손 3만 명, 교포 1만 명 모두 합쳐 약 4만 명으로 추산, 영국이나 독일에 살고 있는 한국인 숫자만큼은 되지만, 애니깽의 실태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기 때문에 10위권 밖의 미미한 존재로 발표가 되었다.
한국인 멕시코 이민은 2년 앞선 미국 하와이 사탕수수밭의 이민과 성격이 다르다. 1903년 제물포(인천)에서 ‘가리호(Gaelie)를 타고 101명이 하와이에 도착한 미국의 이민에 비해 미국의 이민은 사기(詐欺)이민이었다. 1905년 일본 동양척식회사의 속임수에 말려들어 영국 화물선 일포드 (Ilford)호에 오른 1033명의 한인 멕시코 이민자들은 한달 여의 지친 항해 끝에 5월 15일 태평양 연안 살리나크루스항에 도착했다. 4년만 일하면 돈을 많이 벌어 금의환향 할 것이라는 꿈에 젖어 있었으나, 4년 후 그들에게는 돌아갈 나라가 없어졌다.(일제 침략으로 나라가 망해) 항구에 내린 이들은 화물차에 실려 유카단 반도의 주도인 메리다와 그 주변 마을에 와서야 비로써 속아서 노예로 팔려온 것을 깨닫게 된다. 그 후 이들은 한 많은 애니깽 농장으로 뿔뿔이 팔려가, 낯설고 외로운 이국 땅 유카단 반도에서 채찍을 맞으며 처참한 농노생활을 시작한다.
이에 비하면 하와이 이민은 훨씬 좋은 조건이었다. 고국에서 ‘사진 신부’를 초청 할 수 있었고, 이승만 등 애국자들이 유학생으로 입국해서 이들과 함께 살았으며, 독립운동의 중심지로 본국과 유대를 맺고 있었다. 두 곳의 공통점은 악조건 속에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군자금을 모았으며 꿈을 버리지 않고 자식 교육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멕시코 이민은 2가지 가닥으로 분류된다. 1백년 전 유카단 반도에 도착했던 첫 이민자들의 후예와 1960년대부터 시작된 남미 이민자, 유학생, 기술자, 태권도 사범 등 이민 1세들로 구분된다. 이 두 그룹은 별다른 교류가 없이 서로 유리된 채 살아왔다. 최근 들어, 미국 이민 100주년 행사와 올해 멕시코 이민 100주년 행사를 계기로 이곳의 신 이민자 그룹과 한국 정부가 나서, 한민족의 정체성과 동질성을 심어주는 노력과, 잊혀진 100년 뿌리 찾기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멕시코의 한인단체는 아직도 애니깽 후손회와 최근 이민자들이 조직한 한인회로 갈리어 있고, 언어문제로 인해 의사소통 조차 불편한 관계이다. 이래서 한인회는 초기 이민자와 요즈음 온 이민자와의 괴리감을 없애기 위해 한글 학교와 한인회관 건립을 서두르고 있으나, 본국의 소극적 태도와 불경기로 인한 현지 모금 실적의 부진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멕시코 시티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교민 간담회에서 ‘선 모금 후 지원’이라는 분명한 선을 그어 멕시코 교포사회는 실망에 빠졌으며, 자체 분규마저 일으키고 있다. 시카고 문화회관 건립과 관련해서도 우선 한인사회의 자체 모금이 중요하고, 그런 다음에 정부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순서임을 노 대통령은 확실하게 알려주었다.
한편 잠잠하던 멕시코에 한국 열풍이 불고있다. 그렇지 않아도 삼성과 LG의 브랜드가 마치 멕시코의 브랜드처럼 친숙한 이미지를 주고 있는 멕시코에 한국의 대통령이 양국 간의 교류와 협력을 위해 국빈으로 방문, 이곳 신문과 TV는 그가 머무는 3박 4일간 연일 특집보도와 방송을 내보냈다. 거리 곳곳에는 한국의 기업들이 설치한 ‘큰 걸음 하셨습니다. 노 대통령의 멕시코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대형 네온사인이 행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노 대통령은 올 초부터 시작된 한인 멕시코 이주 100주년 경축행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준 멕시코 국민과 정부에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또 멕시코 국영방송인 체널 34에서는 노 대통령 방문을 맞아 ‘겨울연가’ 첫 회 방영을 시작, 한류바람을 실감나게 했다.
KOTRA(사장 홍기화)는 멕시코 시티 소재 세계무역 센터에서 ‘멕시코 한국 상품전’을 열어, 큰 성과를 올렸다. 노 대통령은 이곳에서 세계무역인 협회 회원들과도 만났다.
한편 멕시코 시티 카미노 리얼 (CAMINO Real)호텔에서 열린 제 10차 해외한민족 경제공동체 대회에는 북한측 무역관계자들도 참석, 눈길을 끌었다. 서재명 주 멕시코 북한대사는 경제인 만찬장에 참석, 본보 기자와 간단한 대담을 나누기도 했으며, 서 북한 대사는 9일 한국 멕시코 정상회담 후 빈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이 주최한 국빈 만찬장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만나, 몇 마디 인사말을 나누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멕시코 해외 한민족공동체 대회에는 세게 33개국에서 300여명의 한상들이 모였으며, 시카고에서는 이재근 지회장을 비롯, 20여명의 무역인과 차세대 무역인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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