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지애나 김병기 기자> 주휴스턴총영사관(총영사 민동석)이 한국 외교통상부 소속으로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지역에 급파된 신속대응팀(팀장 이경철), 피해교민 대표 등과 함께 지난 3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한인동포들이 주로 사는 케너, 매터리, 웨스트뱅크 지역과 다운타운 등을 방문했다.
당초 4일이나 5일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민동석 총영사는 일정을 앞당겨 지난 2일 오후 2시 휴스턴을 출발해 자동차편으로 8시간을 달려 오후 10시 신속대응팀이 위치한 배트루지 한인침례교회(담임목사 소재훈)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지난 1일 플로우게이트 아파트 2층에서 고립되어 있다가 피신한 정재욱(43)씨 등 수많은 한인들이 다녀갔거나 임시로 머무르고 있었는데, 김성대 배튼루지 한인회장을 비롯한 교회 성도들이 음식과 숙소 제공 등을 하며 따뜻한 동포애를 발휘하고 있었다.
3일 오후 9시에 민동석 총영사, 김영만 미주총연 총회장, 이경철 신속대응팀장, 주미대사관 여흥주 중령, 피해동포 대표, 기자단 등과 중간에 합류한 문정숙 뉴올리온즈 한인회장 등 21명은 한인동포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으로 출발하였다.
10번 고속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가던 방문팀은 경찰의 제지를 받았으나, 민동석 총영사가 “우리 동포가 아직 현장에 남아있다. 나는 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총영사로서 꼭 가야만 한다”고 말하며 통과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케너지역에 위치한 영패션(대표 박해진)이었는데, 물은 빠졌지만 출입문은 모두 부서진 상태로 내부에 있는 악세서리 등 물건은 모두 도난당한 후였다. 피해동포는 출입문에 바리케이트를 쳐서 추가 약탈을 막으려고 애쓰기도 했다.
범양해운 소속 선원 5명이 트래블라지에 고립되어 있다는 제보를 토대로 방문하였을 때 김종만(59), 김판수(65), 조장훈(54), 가국현(23), 박주명(22) 등은 1주일 동안 외부와의 연락이 두절된 채 전기와 물이 끊긴 상태에서 처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가 구조되었다.
매러리 지역에 위치한 동양마켓(대표 문정숙)은 다행히 약탈은 당하지 않았으나, 무릎 위까지 찬 물로 물건들이 많이 부패되어 있었고, 이어 방문한 제일 한인침례교회도 침수 피해가 있었다.
이동하는 도로에는 물은 거의 빠졌으나, 전기가 나가서 신호등이 꺼진 가운데, 대부분의 가로수는 뿌리채 뽑히거나 꺾여 있었고, 전기를 공급하는 전봇대도 대부분이 꺾여 있거나 휘어서 복구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로얄세탁소(대표 김격)에는 김대표와 가족 등이 허탈해 하며 피해상황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김격 대표(56)는 “홍수보험에 가입은 하였으나, 피해가 워낙 커 모두 커버가 되어 새 건물을 지울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하고, “매릴랜드에서 30년을 살다가 전 재산인을 투자해서 세운 사업체가 하루 아침에 물에 잠기고 지붕이 내려 앉는 등 큰 피해를 당하고 나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울먹였다.
한국회관 근처에서 아직까지 부인과 함께 아파트 2층에서 잔류하던 남기인씨는 주위에 남은 한국인이 10명 가량 된다고 전하고, 허리까지 물이 찾으나 2층에서 공포 속에서 생활했다고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한편 인근 아파트 주차장에는 박영우씨 내외, 조성규, 박재식, 장미숙씨 등 10여 명의 한인들이 처참한 가운데 노숙하고 있어 카트리나의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대부분 인근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악취와 더위를 피해 공포 속에서 노숙생활을 했다고 밝혔고, 가능하다면 앞으로 함께 휴스턴 등지로 움직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웨스트뱅크에도 물이 빠진 가운데 적막함마저 감돌았고, 구출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도착한 홍석진씨 집에는 뉴올리언즈 한인장로교회에 출석하는 윤종수 목사(48)가 피신해 있다가 구조되었다.
윤목사에 따르면 무너진 제방 근처에 위치한 교회에 머물다가 제방이 무너져 물이 차올라 근처 2층으로 피해 구조보트를 타고 겨우 빠져나와 몇 몇 집을 전전하며 생활하다가 홍석진씨 집에서 머물게 되었는데, 구조 당시 윤목사는 이미 전기가 나간 냉장고에서 꺼낸 떡과 고추장 등으로 연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방문한 뉴세탁소, H1스타일, 베스트초이스 등 한인 동포들이 운영하는 가게도 침수피해를 당했다.
다운타운은 대부분 물이 빠진 가운데, 컨벤션센터 앞에는 10여 대의 버스가 아직 피하지 못한 소수의 피난민들을 태우고 있었고, 군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방문한 컨벤션센터는 이미 텅빈 가운데, 악취와 쓰레기, 무장한 군인들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였다.
이미 폐허로 변한 프렌치 쿼터를 지나 흑인밀집지역에 들어섰을 때는 위기감마저 드는 가운데, 아직 무릎까지 찬 시꺼먼 물을 헤집고 집으로 향하거나 집에 남아있는 흑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근처에서 한인동포가 운영하는 미용재료상인 뷰티플러스도 허리케인 피해에 이어 대부분의 물건이 약탈 당해 허리케인 피해와 함께 LA 폭동 때과 같은 약탈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이었고, 슈퍼돔은 지붕이 다 날아간 상태로 인근은 아직 물이 빠지지 않았다.
배튼루지 한인침례교회로 복귀한 후 오후 7시 30분부터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동석 총영사와 이경철 신속대응팀장은 “인명피해 파악을 최우선으로 방문했는데, 케너, 매터리, 웨스트뱅크 등 한인밀집지역은 허리 정도까지 물이 찬 것으로 파악되었고, 아직까지 인명피해는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하고, “동 뉴올리언즈 등 아직 물이 빠지지 않아 통제되는 지역도 추후 방문해 한인동포의 피해상황을 체크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정부, 미주총연 등과 긴밀히 협조하여 피해동포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김영만 미주총연 총회장도 피해동포를 위로하며, “187개 한인회 중심으로 성금모금 활동을 벌여 동포애를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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