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전국 보이스카웃 대회에 참가한 샤메즈 헤마니(14)가 샷건 사격훈련을 위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때 뒤에서 백인 대원이 “잘 지내냐, 지하드(성전)?” 하고 물었다. 파키스탄 이민자의 자녀인 샤메즈와 같은 파키스탄 출신 4명은 잠시동안 경색된 표정으로 어안이 벙벙한 듯 서 있었다. 이들은 휴스턴의 무슬림 부대 797 소속 단원들이다.
무슬림 대원 최소 22개 주에 2,000명 이상, 증가세
이슬람 역사, 교리, 종교관련 지역봉사에도 ‘배지’ 수여
텐트 옆에서 ‘고참’ 지도아래 메카 향해 무릎 꿇고 기도
일부 백인들 기도 흉내내고, ‘사담‘ ‘지하드’로 부르기도
“회교정신과 보이스카웃 정신 유사” 최선을 다하는 삶 추구
샤메즈는 백인 대원에게 “무슨 말이냐. 너는 지하드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 백인학생은 모른다고 하며 잠시 후 사과했다. 무슬림 학생들이 종종 접하게 되는 곤혹스러운 장면이라고 시사주간지 ‘타임’이 최근호에서 소개했다.
보이스카웃은 종교 차별을 하지 않는다. 동성애자나 무신론자 또는 소녀들에게는 문을 닫고 있어 배타적이라는 지적을 받지만 종교에는 관대하다.
나라와 신에게 충성을 맹세하지만 이 신이 특정종교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보이스카웃 대원들은 무슬림도 있고, 힌두교도, 몰몬교도 있다.
미국의 무슬림 보이스카웃은 2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열심히 활동해 배지를 달면 영광으로 여기던 무슬림 대원들은 이제 또 하나의 ‘배지’를 달아야 한다. 바로 ‘무슬림 대사’라는 배지다. 실제 이런 배지가 있는 게 아니라 9.11 테러이후 회교도들에 대한 미국인의 반감과 오해를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슬람 학교와 회교성전으로부터 지원 받는 무슬림 보이스카웃은 백인들이 종종 무슬림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접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뉴저지 토토와 부대에서 유일한 무슬림인 오마르 아바시(13)는 “어제 한 대원이 나를 사담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보이스카웃 대회로 가는 버스 안에서 기도를 하던 무슬림 대원들은 다른 학생들이 자신들의 기도 행위를 흉내냈다고 불평했다.
무슬림 대원은 최소 22개 주에 2,000 명이 넘는다. 시카고, 애틀랜타 등 대도시에도 있다. 아랍 커뮤니티인 미시건 디어본, 펜실베니아 파스빌, 미네소타 로체스터 등 요소요소에 무슬림 스카웃이 자리잡고 있다. 무슬림 스카웃은 요리, 하수처리 기술 등을 익혀 받는 배지 외에도 이슬람 역사와 교리를 공부하고 신앙에 근거한 커뮤니티 서비스에도 배지를 수여한다. 말하자면 ‘특화 보이스카웃’을 지향하는 셈이다.
전국 보이스카웃 이슬람위원회는 약 15년 전 직무를 충실히 한 대원들에게 배지를 수여했다.
연간 2-3가 고작이었는데 이제는 평균 75-80개나 된다. 무슬림 대원들은 보이스카웃의 정신이 회교의 교리와 흡사하다고 주장한다. 파키스탄에서부터 보이스카웃을 했던 시라 나시는 아들을 797 부대에 보내면서 보이스카웃은 무슬림들이 고귀하게 여기는 삶의 태도를 가르친다고 말했다.
보이스카웃이 종교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독교 정신과 문화가 지배한다.
대원들에게 제공되는 음식에서도 이러한 ‘지배적 문화’가 드러난다.
아침 메뉴에 돼지고기가 나와도 어쩔 수 없다. 돼지고기를 금기시하는 무슬림들은 땅콩버터를 바른 빵을 먹는다. 유대인 대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먹는 것은 괜찮다. 타종교 의식을 맡을 사제가 없다. 코네티컷에서 온 아사드 샤히드(15)가 커다란 오크 나무 밑 그늘에 무슬림 대원들을 모아 메카를 향해 기도했다. 기도를 주관해보긴 난생 처음이다. 무슬림 대원들이 이처럼 나름대로의 생활 양식을 지키려는 것이 반드시
차별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대다수 대원들은 자신들이 미국인임을 강조한다. 미국인으로서 보다 강건한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 스카웃이 됐다고 한다. 또 소수계의 약점을 극복하고 주류사회에서 당당히 성공하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한다고 했다.
797 부대가 휴스턴에서 온 부대와 같이 진용을 설치했다. 797부대원들은 하루에 5번 기도하는 시아파나 수니파와 달리 하루 세 번만 기도한다. 그래도 백인대원들은 낯설기만 하다. 평생 무슬림 학생 2명만 만났다는 매튜 그리핀(13)은 “이렇게 무슬림이 많이 온 줄 몰랐다”며 “그들에게서 묘한 향내가 난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아무리 종교적 관용을 발휘하더라도 어린 학생들에게는 타 종교인들과 생소한 의식을 접하고 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무슬림 대원들은 “보이스카웃 대회에서 겪는 어색함을 알라의 뜻으로 돌린다. 그리고 보이스카웃 대원들은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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