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1만달러를 투자하면 십년 후에 2만달러를 받는 제의가 있다고 치자.
투자 여부의 판단을 위해서는 우선 리스크가 감안된 할인율을 사용하여 십년 후 2만달러를 현재 가치로 바꾸어 놓아야 한다. 그 할인율이 연 5%라면, 십년 후의 일이니까 2만달러를 5%로 열 번 할인하면 되는데 그 값이 대략 1만2,000달러를 조금 넘어 투자 이익이 발생한다.
똑같은 투자 제의가 들어 왔는데, 이번에는 리스크가 조금 높아 할인율이 7.5%가 되었다면, 그 현재가치가 투자금 1만달러에 미치지 못해 기대 수익이 부담하는 리스크를 충분히 보상해 주지 못하게 된다.
이와같이 투자에 따르는 현금 유입(inflow)의 현재가치에서 현금 유출(outflow)의 현재가치를 뺀 것을 순현재가치(NPV, Net Present Value)라 부르는데, 어떤 투자건이 고려의 대상이 되려면 우선 NPV란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얘기는 기업의 재무 담당자 책상에만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매달 내는 집 페이먼트가 이러한 방식으로 계산된다.
70만달러 짜리 집을 20만달러 다운하고 50만달러를 5.25% 고정으로 15년 대출을 받을 경우, 월 페이먼트는 대략 4,000달러 정도로 계산된다. 이 경우에 15년 동안 매월 4,000달러씩 180번의 페이먼트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 모든 페이먼트를 대출금리인 연 5.25%로 할인하여 현재가치를 구하고 그것을 합산하면 대출금과 같은 50만달러가 된다. 즉 주택대출을 해 주는 회사는 그 대출금리로 할인한 NPV를 0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월 페이먼트를 계산해 내는 것이다.
같은 방법으로 연금(annuity)의 현재가치도 구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매년 1만달러씩 계속 주는 영구연금(perpetuity)의 현재가치는 얼마나 될까? 이 경우는 간단히 그 연금액을 할인율로 나누어 주면 되는데, 할인율이 10%이면 이 연금의 현재가치는 10만달러가 된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에 무슨 한가한 소리냐고 할 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부동산을 매매할 때 자주 얘기하는 소위 캡(capitalization rate)이 이에 근거한다. 어떤 건물에서 생기는 1년 순수익(NOI, Net Operating Income)이 50만달러이고 캡이 5%일 경우, 그 건물의 가치는 NOI를 5%로 나눈 값인 100만달러로 추산되는 것이다. 즉 영구연금의 방식을 따라 건물의 가치를 계산하면서, 캡을 리스크가 감안된 할인율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 된다. 그 건물의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가 낮을수록 캡은 내려가고 따라서 건물값은 올라간다.
요즈음 코리아타운 아파트의 캡이 4.5%에서 5% 정도 된다고 하고, 심지어 베벌리 힐스의 경우는 4%에 육박한다고 한다. 30년 만기 재무부 채권 (Treasury Bond)의 거래시 적용되는 할인율이 4.4%, 신용등급 AAA인 최우량기업의 20년 만기 회사채의 그것이 5%가 넘는 상황에서, 앞서 말한 아파트의 캡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파트에 대한 투자가 이들 금융상품 보다 리스크가 낮은 것이 아니라면, 이와 같이 낮게 형성된 캡의 뒤에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213)892-9999
박준태
<퍼스트스탠다드은행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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