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숙사모(뉴욕낙원장로교회)
시냇물은 왜 ‘졸졸’ 정겨운 소리를 내면서 흘러가는지 아세요? 시냇물이 소리를 내는 것은 물 속에 돌멩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들쭉날쭉한 돌멩이가 있기 때문에 시냇물이 아름다운 소리를 내듯이 우리의 인생도 들쭉날쭉한 돌멩이가 있어 아름다운 소리를 냅니다. 계곡에 가서 돌멩이들을 보면 둥글둥글 합니다. 물을 따라 흘러 내려오면서 삐쭉삐쭉 제멋대로 날카롭게 튀어나온 모서리가 이리저리 부딪쳐 둥글둥글해진 것이랍니다. 넉넉하고 성숙한 인격은 고난이라는 돌멩이와 함께 해 온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하나님의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힘들었지만 그리운 추억이 있습니다. 힘들었지만 그것이 그리운 까닭은 그것을 통해 인생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내 인생의 첫 번째 이정표가 세워지던 청주 중앙초등학교 3학년 초여름, 걸음마가 시작될 때부터 유치원을 운영하던 엄마를 따라 학교생활을 시작한 나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이미 읽기, 쓰기, 덧셈, 뺄셈의 기초를 닦았기 때문에 1,2학년 공부 시간이 왜 그리 시시하고 지루한지 선생님 몰래 엉뚱한 짓을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3학년이 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응용 산수가 어렵게 느껴지고 이해를 요구하는 문제가 어려워졌습니다.
어느 날 자연 숙제 ‘강가에 돌멩이들이 왜 둥글둥글한가?’ ‘왜 시냇물은 졸졸 소리를 내며
흘러 가는가?’ 답을 몰라 숙제를 못했습니다. 그 다음 날 등교 길에 교문 앞에 선 내게 숙제
를 못했다는 압박감이 답을 알지 못한다는 부끄러움이 걸음을 돌려 동네 근처에 있는 중앙공원
으로 향하게 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땡땡이...그것도 초등학교 3학년생이. 선생님이셨던 고모에
게 3일 만에 들통이나 내 인생의 이정표를 세울 만큼 매, 책망과 훈계가 있었습니다. 땡땡이를
친 이유를 알게 된 고모는 여름방학동안 내내 모자란 부분을 가르쳐 주시고 공부하는 습관, 책
을 읽는 습관을 길러 주셨습니다. 어린 마음에 혼내는 고모가 무서웠지만 한편으로 나의 문제
를 해결해 주는 고모가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어린 초등학교 3학년생이 마음속에 굳게 세운 이
정표는 내게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겠다는 것과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하여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었는데 50을 향하여 가는 지금도 어제 일처럼 생생히 그 때를 기억합니다. 그 때를 경험
삼아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채찍질하고 격려하고 위로하며 성실하게 살아갑니다.
어릴 때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인생의 전환점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기회는 마치
앞에만 머리카락이 있는 대머리 같아 다가 올 때 잡지 못하면 지나간 다음 뒤에서는 잡을 수
없습니다. 버려야 할 바르지 못한 습관들, 끊어야 할 것들, 구별해야 할 세상 문화, 불신앙에서
오는 불협화음, 깨어진 인간관계, 현실을 받아드릴 수 없는 병든 자아, 경제적인 위기...
위기는 끝이 아니라 바로 시작입니다. 고난은 끝이 아니라 바로 시작입니다. 그 때가 바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기회입니다. 그 기회를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하면 안 됩니다. 길에 이정표가 있어 목적지를 향해 가기가 쉬운 것처럼 우리도 인생의 이정표를 세워야 할 때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내가 인생의 목표를 잃어버렸을 때, 병들었을 때, 위기에 빠졌을 때 제 인생에 찾아 오셨습니다. 들쑥날쑥 제멋대로 날카롭게 튀어나온 성품을 고난을 통해 다듬어 주시고 삶의 길잡이가 되어 주셨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의견이 다르다고, 지금 어렵다고, 오늘 알지 못한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습니다. 예수님! 그 분을 만나보십시오.
그 분께 인생의 무거운 모든 짐을 내려놓으십시오. 무릎을 꿇고 가슴을 열어 살아계신 하나님 앞에 경배하고 찬양하며 겸손히 나가십시오. 여기에 영원한 생명이 있고 행복이 있습니다. 40년 전 어린 소녀가 세웠던 첫 번째 인생의 이정표는 성장하여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내 삶의 지침이 되어 나태해지거나 엉뚱한 생각을 하면 어김없이 머리 속에 빨간 신호등을 켜서 바른 길을 가게 합니다. 힘들었지만 그리운 추억이 있었습니다. 힘들었지만 그것이 그리운 까닭은 그것을 통해 인생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복잡한 삶에 바른 이정표 하나를 세워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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